마흔이 넘어 새벽기상을 파헤치다
'이런! 눈을 떠보니 아침이네. 또 알람을 꺼버렸어...'
나는 유난스럽게도 새벽기상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힘든 새벽기상을 하는 이유는 뭘까. 살면서 한 두 번쯤은 새벽기상을 시도했다가 포기했거나, 애초부터 자신은 새벽형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보기와는 다르게 딱 어중간인 사람이다. 수십 번 시도했다가 안되면 다시 도전하길 반복하면서 이 둘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다.
새벽기상을 하면 조금 피곤하다. 울리는 알람소리가 야속하게 들리고, 모두가 잠든 시간에 홀로 눈을 뜬다는 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위에서는 일찍 일어난다고 해서 돈이 생기거나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살 필요가 있냐고 한다. 하지만 새벽기상을 하면서 고요함이 주는 힘을 알게 되었다.
나는 뼛속부터 철저한 내향인이지만 무엇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싫어했다. 텔레비전을 봐도 가족과 함께 보는 게 좋았고, 심지어 식당에서 먹는 밥 한 끼도 혼자 먹질 못한다. 내가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한적한 카페에 앉아 차 한잔을 마시며 고독을 즐기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다른 사람 눈치가 보여서 어렵다. 이처럼 나는 '고독'을 싫어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힘들어했다.
반면 새벽은 다르다. 시끄럽게 틀어 놓을 텔레비전도 없고, 가족들의 말소리도 들리질 않는다.
오롯이 얌전한 고양이 한 마리가 나와 함께 할 뿐이다. 흐르는 음악소리를 들으며 쌕쌕 잠든 모습이 영락없는 냥이 천사가 따로 없다. 창밖 풍경은 암흑이지만, 가로등 등불로 비치는 앙상한 나무가 나와 함께 한다. 마치 이 세상에는 나무와 나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 둘은 암묵적인 대화를 했다.
무엇보다 이 시간에는 독서와 글쓰기를 즐긴다. 참, 필사도 빠질 수 없다. 사각사각, 펜과 종이가 만나서 어우러지는 모습이 정겹다. 그리고 나의 오래된 노트북 자판 소리가 방안에 가득 찬다. 한 글자 한 글자가 만나 단어가 되고 어설픈 문장으로 탄생한다. 별볼 일 없는 글일지라도 온 마음을 다해 진심을 다해 쓰자, 내 안에 있는 꿈을 내뱉어 보자는 마음으로 두서없는 글을 써 내려간다.
새벽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식어갈 시간이면 어느새 아침이 찾아온다. 멀리서 집과 나무가 보이고,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일 때 몇 시일지 짐작이 된다. 추운 날씨에 두꺼운 패딩을 걸치고 종종걸음을 걷는 이들에게서 아침을 느낀다.
어떤 날은 새벽기상을 포기하거나, 의도한 것도 아닌데 그대로 잠을 자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전날 잠을 늦게 찼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방학을 하면서 늦게 자는 게 습관이 된 것도 있고, 가끔씩 찾아오는 불면증이 돋은 이유도 있다. 불면증은 어릴 적부터 앓던 병이었다. 그래서 늦은 저녁을 좋아했다. 어떠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저녁만큼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을 깨버린 건, 순전히 글쓰기 때문이었다. 두 아이가 갓 돌이 지나고부터 글쓰기를 했으니까 내게 주어진 시간은 저녁이 전부였다. 나는 자정이 되기 전까지 한 달 동안 매일 글을 썼고, 그로 인해 새벽 1시가 넘어서 잠이 들어 6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 피곤함의 연속이었다.
왜 글쓰기를 시작한다고 해 이런 고난을 겪어야 하는지 자신조차 이해가 되질 않았다.
말로만 듣던 새벽기상을 위해 4시 30분으로 알람을 맞췄다. 새벽 1시에 잠을 자서 일어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애쓰니 안 되는 일은 없었다. 얼렁뚱땅 글쓰기를 마치고 출근길에 올랐다. 피곤했지만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하지만 새벽기상은 억지로 실천할 것도 아니고, 생활습관에서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것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엄마, 오늘도 일찍 일어났어?"
"아니, 아쉽게도 실패야..."
또 실패했다. 울리는 알람을 힘차게 끄고 다시 잠을 잤다. 심지어 언제 전원을 눌렀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아침 시작이 느리면 하루 중 해내야 할 일이 많다. 오늘 글쓰기도 오후로 밀리고 독서도 쉽지 않다. 하루가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그래도 다시 일어난다.
오늘 실패했더라도 내일 또다시 하면 되는 거고, 내일이 안되면 다음 날에 실천하면 되니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마음을 쉽게 버릴 수 있었다.
이렇듯 새벽기상에 이렇게 열을 내는 이유는, 다름 아닌 주어진 시간에 대한 감사이다.
새벽기상을 통해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귀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계획하는 자신이 멋있다
.
생각해 보니 나는 이것밖에 할 줄 모른다. 머리도 나쁘고, 이해력도 떨어지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이런 도전 밖에 없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글쓰기를 하루라도 더 부여잡고 싶었고, 이것을 오늘의 도전으로 삼고 싶었다. 그것이 새벽기상이었다.
만일, 누군가가 새벽기상을 계획 중이라면 이것은 혼자가 아닌 자신과 함께 하는 도전이다. 퐁당퐁당이라도 좋고 오늘, 내일 실패해도 괜찮다. 시작할 수 있는 '용기' 하나면 못 할 게 없다는 것을 알게 했다. 새벽기상은 흐트러지는 나를 단단하게 일으켜주는 힘이 되었다.
글밥 김선영 작가, 글벗들과 함께 1월 - 주 3회 글쓰기 참여 중입니다.
매주 월, 수, 금요일에 발행하던 글이 어느덧 한 달이란 시간이 되었습니다. 매거진에는 차곡차곡 쌓인 9개의 글이 어제와 오늘을, 내일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소소한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그동안 볼품없는 글이었지만, 공감을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운 1월 동안 쓰기로 한 매거진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글을 향한 우리의 사랑은 영원할 거라는 것.
지치고 쓰러질 것 같아도, 행복해서 미칠 것 같아도 글쓰기를 놓지 않을 거라는 맹세를 해봅니다.
함께해서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