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무슨 말이냐고요? 아기가 저절로 생기면 좋겠지만, 처음부터 자식복 없는 운명이라면 아기를 갖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에요. 만일 우리에게 아기가 생긴다면 조금 더 능력 있고 똑똑한 부모였으면 좋을 텐데,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부모라 마음이 쓰여요. 한편으로는 아기를 기다리지만 두려움이 앞서기도 해요. 그래서 자식이 생길 수 있다는 기대는 살짝 내려놓게 되었어요.
우리 부부가 아기가 찾아오는 걸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남편 의견도 지배적이에요. 시부모님은 젊은 시절부터 사업을 하셨어요. 남편에게 들으니 사업 아이템이 다양하더라고요. 꽃 가게, 속옷가게, 분식집, 오락실 등 안 해본 것 없이 하셨는데, 배달을 하시던 중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몇 년을 어머니 혼자서 분식일을 하셨어요. 김밥 주문을 받으면 남편은 자전거를 타고 배달 일을 하러 다녔어요. 집에는 방 한 칸을 김밥 만드는 공간으로 활용해서 자신만을 위한 방이 없었다고 해요. 남편은 한결같이 "좋은 아빠가 되려면 능력이 있어야 해. 어릴 적부터 아이에게 고생시키는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어요.
맞는 말이에요. 지금 상황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거란 보장 없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다면, 부모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 거예요. 그러니 우리 부부는 성격은 달라도 2세에 대한 생각은 똑같아요.
결혼 후 몇 년이 지났지만 아기가 찾아오지 않는 걸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일부러 안 갖는 거야? 아니면 안 생기는 거야?" 참 눈치 없는 질문이 아닐 수 없어요. 예의 없는 사람들이 내뱉는 공통된 특징 중 하나예요. 그럴 때마다 저는 당당하게 얘기해요.
"치킨도 반반을 좋아하지? 아기를 가질 마음이 없거나, 안 생기거나 반반 치킨이야."
뜻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자 상대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난감한 표정이었어요.
친정 부모님과 여행을 떠난 날이었어요. 콘도로 여행 가는 경우 별도 음식재료를 준비해 가지 않기 때문에 콘도 조식을 이용하는 편이에요.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 한편에 자리를 잡았는데, 옆 테이블에 네 살쯤 돼 보이는 꼬마 아가씨가 앉아 있는 거예요. 저는 아이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먼저 인사를 건네지 않았어요. 붙임성 좋은 엄마는 식사하다 말고 먼저 아이에게 말을 했어요.
"예뻐라. 몇 살이니? 맘마 많이 먹어." 엄마는 식사시간 내내 꼬마를 바라보느라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아이에게 빠져있었어요. 나는 그때 엄마가 아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부모님은 우리에게 단 한 번도 내색한 적 없었지만, 아기를 기다린다는 사실을요!
행여나 자식 마음 다칠까 두려워 어떤 말씀도 하지 않으셨거든요.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면 왜 꼭 아기가 있어야 하는 걸까요? 아기를 간절하게 원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거잖아요. 물론 결혼 4년 차까지는 별 걱정 없이 살아왔어요. 아기가 왜 찾아오지 않는지 의심하지 않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고민하지 않았어요. 결혼 5년 차에 접어드니 불현듯 나이 든 부모님 얼굴이 보이는 겁니다. 부모님 살아생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생겼어요.
만약 아기가 생긴다면, 둥글납작한 엄마 얼굴보다 갸름한 아빠 얼굴형을 닮았으면 좋겠고, 고구마같이 생긴 엄마 넙죽 코보다는 아빠의 날렵한 코를 닮았으면 좋겠어요. 엄마의 커다란 입보다 아빠의 작은 입을 닮는 게 더 예쁠 거예요. 그러고 보니 엄마 얼굴이 어디 하나 예쁜 구석이 없네요.
굳이 하나를 꼽자면(긁적긁적), 신체 부위 중 엄마의 가장 예쁜 부분은 긴 손가락이에요. 다행히 손가락 하나는 좋은 유전자를 타고나서 피아노를 치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하지만 피아노를 칠 줄 몰라서 난감하네요. 긴 손가락에 피아노까지 잘 쳤더라면 지금의 남편을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
아직은 겨울이니까 꽃 피는 봄쯤 난 이미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할까요?
우리에게 왜 아기가 찾아오지 않는 걸까요? 엄마 말처럼 자식복 없는 팔자라서 그런 건지, 그렇다면 팔자를 바꿀 방법은 없는지 궁금해요. 용한 점쟁이를 찾아가서 아기가 생길 날짜를 받아와야 할까요? 굿을 해야 한다고 하면 어쩌죠? 일단 병원을 먼저 가보고 안되면 점쟁이라도 찾아가야겠어요. 그것도 안되면 용한 한의원을 가도 되고요.
그러고 보니 저는 아기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건 순 거짓말이었어요. 마흔이 되기 전에 아기가 찾아와야 할 텐데...
오늘도 주문처럼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기야 어서 엄마품으로 오렴!" "엄마가 좋아하는 계절인 가을에는 너를 꼭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