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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똥 May 29. 2022

회사에 이런 사람 꼭 있다

얄미워 죽겠어!

"안녕하세요. 오늘도 빈손입니다."

"네, 그럴 줄 알았어요."


몇 달에 한 번 본사에 근무하고 있는 영업사원 우리공장을 찾아온다.

보통 영업사원이 사무실을 찾는 경우는 두 가지다. 첫째는 자신이 진행하는 업무업체와 행사를 걸어  물량 공급에 관련, 확인 차 방문하는 경우 거나  거래 업체가 공장 견학을 원할 때 그들과 함께 방문한다.


우리 부서가 업무적으로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부서는 대다수가 영업부서다. 그들 대부분 공채 출신이고, 미혼이거나 기혼자 비율은 반반이다. 그들은 업무 관련하여 통화를 하며 크고 작은 일거리를 전달할 때가 많다. 추가 주문을 하거나 반대로 취소할 때도 있기 때문에 그들로 인해 재고관리가 들쑥날쑥 어려워지기도 한다.


영업사원 1은 하루에 대 여섯 번을 통화할 정도로 친밀한데, 일거리는 가장 많이 주면서 자린고비가 따로 없는 직원이었다. 그는 삼십 대 초반쯤 됐고, 매우 말랐으며 요즘 젊은이처럼 생긴 편이다. 그는 다른 사람보다 승진이 빠른 편이었다. 자잘한 신규 거래처 개척도 잘해서 다른 사원에게 경쟁심을 유발했다.

"담당니 임~~~~~~~~~~~" 전화 속 그의 목소리는 느린 속도로 끌고~ 끌고 ~ 또 끈다. 부탁할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반면 출고 착오가 생길 때 말투는 확연히 달라진다. 담당이고 뭐고 없다. 바로 본론부터 이야기하는 버릇이 있는 그는 부서 전원이 인정한 현실주의자가 틀림없었다.


반면 어쩌다 한 번 겨우 통화할까 말까 한 영업사원 2 가 있다. 그는 키가 작고 굵은 검은테 안경을 썼으며 피부가 새까맣다. 전화를 하면 산뜻한 목소리가 먼저 들려온다.  

"영업부서 아무개 사원입니다."

그는 영업사원 1보다 업무적으로 조금 미숙한 편이긴 하지만, 예의가 바르고 친절하다. 우리 부서 직원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도 영업부서 예산으로 차량을 섭외했고, 잘잘못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영업사원 2가 예고 없이 공장 방문을 했다. 사무실 문을 똑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마자 그가 나타났다. 양손에는 비타음료를 잔뜩 들고 온 그는 '비타 천사'임이 틀림없다. 매번 공장에 올 때다가 빈손으로 온 적이 없는 그다.

"저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죠."


얼마 뒤 비교라도 하듯 영업사원 1이 당당히 공장을 찾아왔다. 그날 그는 생산팀과 상의할 목적으로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공장에 왔다면 부서 사람들에게 인사 정도는 해야 하는 게 예의 아닌가. 마침  화장실에 가려던 부서 직원이 복도에서 그를 만나 그가 공장에 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빈손으로 오는 것도 모자라서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는 예의를 지키는 것도 사치라고 느낀 것일까.

그래서인지 가장 많은 업무를 부탁하는 영업사원 1이 여우짓을 할 때마다 부서 직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이구,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할 때는 거절 좀 하자! 얄미워 죽겠어."

곁에 있던 동료들은 그에게 연락을 올 때마다 한결같은 반응이다.



언젠가부터 부서 직원들은 영업사원에게 산뜻한 별명을 지어줬다. 물론 외부로 유출하면 안 되는 부서 기밀이다.


영업사원 1 -> 불여시 (음료 단 한 병도 가져온 적 없다)

영업사원 2-> 비타 천사 (올 때마다 양손 가득)


비타음료를 먹어서 제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타 천사가 준 한 병으로 오후의 나른함을 깨워줬다.

행복도 잠시,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불여시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천천히 들려왔다.

"담당~~ 니~~~ 임~~~~~~~~"


사랑하는 연인도 사랑을 표현할때 관계가 돈독해진다.

때로는 작은 업무 협조에도 감사할 줄아는 배려가 직장생활에 비타민이 될때가 있다.

"담당님 덕분에 일이 잘 해결되었어요!"

"담당님이 신경써줘서 실적이 올랐어요!"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로도 비타음료 한 병을 대신한다는 사실을 불여시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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