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마친 후 어린이집에 가면 두 아이가 두 팔 벌려 반기느라 바쁘다.그 모습이 어찌나 천진난만하고 귀엽던지, 회사일로 힘들었던 마음이 말끔하게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때로는 엄마를 보고 기쁜 나머지 호들갑스럽게 뛰쳐나오더니, 엄마 손이 채 닿기도 전에 바닥에 벌러덩 미끄러진 아이. 아플 만도 한데 아픔까지 참고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엄마는 아이를 가슴 깊이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아이 온기가 너무 따뜻해서 심장이 콩콩 뛰었다.
오늘따라 웬일인지 두 아이가 평소답지 않게 하원을 서두르며 가방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었다.
"어머님, 아이들 가방 안에 친구가 선물한 물총이 하나씩 들어있어요. 물총 놀이하자고 할 거예요."
역시나 선생님 예상대로 어린이집 문턱을 통과하자마자 아이들은 가방 안에 든 물총을 꺼냈다. 빨간색 물총은 아이들이 잡고 놀기에 딱 좋은 크기였다. 두 아이 모두 집에는 갈 생각이 없고 오롯이 물총만 바라볼 뿐이었다.
"엄마! 여기에 물 넣어주세요! "
'만일, 지금 여기서 총에 물을 넣어준다면, 요 녀석들은 내 얼굴과 몸에 물 발사를 할 것이고, 혹시라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총이라도 쏘면 그런 낭패를 어찌해야 할까.' 머릿속은 온통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물총을 발사했을 상황이 그려져서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고민해도 밖에서 물총을 갖고 노는 건 무리였다. 아이들은 고민하는 엄마를 향해 서로 단합하여 총에 물을 넣어달라고 소리쳤다. 목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바라볼 정도였다. 총에 물을 넣든 안 넣든 지금은 비상 상황임이 틀림없다. 이 순간 아이들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집에 돌아가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그래, 너희들이 발사하려는 방향을 향해 열심히 뛰어다니면 되지. 흑기사가 달리 흑기사야. 아이들 물총 발사를 막는 흑기사, 꽤 그럴듯하네.'
마침 물총을 기다렸다는 듯 놀이터에는 작은 수도꼭지가 보였다. 수도꼭지를 작고 천천히 흐르게 조절한 다음 총에 물을 넣었다. 가벼웠던 물총이 물이 들어가자 꽤 묵직해졌다. 자! 이제 세상을 향해 발사할 시간만 남았다. 나는 풀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운동화 끈을 꽉 조였다. 준비운동 시작! 다리와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이곳저곳 뛰어다닐 생각에 마음이 어수선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왔다. 아이는 물총을 손에 낀 뒤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드디어 발사다!
'에엥? 물발사를 어디다가 하는 거지?'
멀리 날아갈 준비를 하던 나는 예상과는 다르게 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엄마! 나무가 물이 먹고 싶데. 햇님이가 너무 쨍쨍해서 나무가 아파."
"엄마! 여기 나무가 죽었어. 내가 물 줄~~ 께?"
심지어 쭈그리고 앉아 작은 잡초에게까지 물을 주는 아이. 가뭄이 심해서 흙이 단단해지고 식물은 힘을 잃어갈 즈음 아이들이 발사하는 물총은 더운 여름 소나기와도 같은 존재였다. 잡초와 나무 잎사귀는 물을 머금어 햇살과 함께 초록초록 반짝였다.
물총에 담긴 물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다시 총에 물을 채워달라는 아이. 엄마는 물을 채워주는 기계처럼 잽싸게 총에 물을 담았다. 아이들을 향한 엄마 사랑이 과했는지 물이 콸콸콸 넘쳐흘렀다. 아이들이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도 콸콸콸 넘쳤다. 총에 물을 채운 지 벌써 열댓 번. 이만하면 나무에게 물 주는 상점을 차려도 될 법하지 않은가.
우리 아이들이 이다음에 크면 어떤 사람이 될까? 조경사? 우잉. 요 녀석들 자세히 보니 제법 조경사 폼이 나온다. 이 엄마는 이다음에 너희들이 어떤 사람이 되든지 간에 마음씀이 따뜻해서 참 다행이다. 이 마음 변치 않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