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움직이기 전에 우선 사진을 찍어야 한다. 고양이는 길가의 대장이고, 무법자이다. 지나가는 자동차들은 누워있는 고양이를 피해 구석진 곳으로 피해야만 지나갈 수 있다. 고양이는 신기하게 커다란 자동차가 지나가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고, 누워있거나 요염한 자세로 앉아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파트에는 고양이 팬들이 수두룩하게 있다.
우리 집 아파트에는 검은 고양이가 산다. 이런! 3년 동안 얼굴만 알았지 이름을 붙여 줄 생각을 안 했군!
아이들은 고양이를 '야옹이'라고 부른다. 야옹이를 볼 때마다 두 손바닥을 펴고 손가락을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하며 최대한 야옹이를 닮은 듯한 목소리로 "아옹~아! 아~옹!" 부른다. 야옹이는 아이들이 만만해 보이는지 아이들 목소리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어른처럼 보이는 내게 "야옹!" 대답을 해준다.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대답해 주는 줄 알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그 사실을 아는 나는 알아도 모르는 척! 때론 알고 있지만 눈감아 줘야 할 때가 있다. 바로 지금!
하필 오늘도 고양이는 아파트 단지 내 찻 길 한가운데 앉아 있다. 커다란 자동차가 지나가려 하는데 도저히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때론 고양이에 대해 모르는 운전자는 비키라며 경적을 울리지만, 꼬리 하나 까딱하지 않는데, 무슨 수로? 운전자가 고양이를 안고 인도로 옮기지 않는 이상 먼저 자동차를 피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고양이 성격을 아는 대다수 아파트 주민들은 스스로 고양이를 피하는 자연스러운 장면을 목격한다. 고양이도 자동차가 알아서 피하는 게 당연한 듯 도도한 표정이다.
몇 달 전 고양이 배가 풍선처럼 볼록한 적이 있었다. 많이 먹어서 뚱보가 된 것과 새끼를 갖고 있는 모습은 조금 달라 보였으니까. 오랜만에 본 고양이는 어느 순간 날씬이가 되어 나타났다. 새끼는 어디 가고 홀로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는지, 예전보다 표정이 밝아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아이들은 고양이가 뚱보 거나 날씬이 거나 상관없이 고양이의 열렬한 팬이다. 팬심에서 나오는 손가락 야유가 들리지 않는가? 아이들이 엄마! 를 부를 때 목소리와 아옹아! 를 부를 때의 목소리 톤은 확연히 다르다. 야옹이를 부를 때는 환호성을 지르며 최대한 야옹이의 컨디션에 맞춰 부르려 애쓰는 모습이지만, 엄마를 부를 때는 다르다.
"엄마! 엄마!" 나 짜증 났으니까 이거 해줘! " "엄마! 시하야 가 때찌 때찌!"
생각해 보니 엄마를 부르는 대다수 이유가 좋지 않은 일이 더 많았다.
집에서 고양이 탈바가지라도 쓰고 있으면 엄마를 야옹이처럼 다정스럽게 불러줄까?'
고양이가 가장 편해 보이는 자세로 길가에 누워있다. 오늘은 꽤 오랜 시간 동안 길가에서 놀고 가려는 듯 기지개를 켰다가 손가락을 핥는 등 행동이 자연스럽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아이들이 아쉬워할까 봐 고양이 꼬리라도 만지게 해 주었다. 꼬리를 만지는 느낌이 신기한지 "까르르!" 웃음보가 터진 아이들. 엄마를 보며 저렇게 웃어주면 얼마나 예쁠까? 이 순간은 나도 고양이 엄마가 되고 싶다.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강아지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엄마처럼, 아이들에게도 고양이는 소중한 존재이다. 그냥 고양이처럼 생긴 것만으로도 귀엽고 예쁜 것이다.
"우리 야옹이 보러 밖에 나갈까?"
"응! 아 옹!~ 가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 순간만큼은 야옹이 탈바가지를 쓰고 있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야옹이 엄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