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간의 편견이 가득한 세상에서, 선택을 허락받지 않고 상처를 회복하기
어릴적부터 일찍 공장에 출근하러 가시고 늦은 오후 와서 저녁식사를 하시다 밤 10시가 되면 일찍 잠드는 어머니의 반복된 일상을 20년 넘게 보고 자라면서, 나는 퇴근후 저렇게 다른 취미 하나 없이 똑같은 취침시간을 가지고 사는 우리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경남 김해라는 곳에 오래 거주했다. 지방에 사는 많은 청년들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아 주변의 생산직을 알아보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런 어느날이었다. 나역시 그랬다. 지방에는 제조업이 많다. 우리 어머니 또한 제조업에서 여성노동자로 30년을 넘게 일하신 근로자였다. 결근한번 없이 성실히 일을 했기 때문에, 그어머니에 그딸이라고- 공장에서 제조업을하는 일이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짧은 기간내에 300만원은 거뜬히 벌수 있다는 유혹에 사로잡혔고, 이십대에 마땅히 구할 직장이 없다보니 - 한 제조업체에 생산직으로 들어갔다.
내가 일했던 세탁기 그리고 청소기등의 부품을 조립하는 생산 회사는 남성노동자의 비율이 절반이상이었다. 그리고 회사에 마주친 아주머니들은 손목을 돌리며 통증을 호소하고 등 윗부분과 상지(어깨, 목, 팔, 팔꿈치등)을 두드리며 휴게실에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거나 바닥에 앉아 있었다. 어떤 소리가 들리고 밖으로 나가자 회사가운으로 보이는 점퍼를 입은 사장이 둘러싸인 중국, 베트남, 태국등의 외국인들을 줄세워 놓고 수를 헤아리고 있었다. 의외로 한국인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커다랗고 컴컴하고 뜨러운 기계앞에서 플라스틱판을 꺼내 제품을 살피고 다듬거나 기스는 없는지 체크하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하며 "쉽고 깨끗한 일"은 아주 멀고 아늑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건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하루 9명정도 매일 사망한다. 그외에 근무기간이나 시간이 하루 10시간을 훨씬 초과하며 질병승인여부를 받기 어렵다 보니 산재보험을 받는 노동자도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특히 여성이 노동자로서 '제조업'과 '건설업'에 종사하는데에 얼마나 많은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아직까지도 건설업이나 제조업이 '남성직업'인듯 하다. 회사에서 나눠주는 보호구는 남성용 사이즈의 보호구가 대부분이었으며 작업복 역시 컸다. 그래서 많은 제조업 노동자들이 자신의 사비를 들여서 작업복을 구매하거나 더 좋은 안전보호장치를 따로 구매하게 된다.
기계가 한번 돌아가기 시작하면 장시간동안 서서 작업을 하는데, 어떤 제조업 조립일이든 '화장실'을 가는 시간이 넉넉치 않다. 공장에 일하는 노동자 수가 2-300명이 넘어도 화장실의 갯수는 2개 혹은 3개에 불과해서 주어진 쉬는 시간 10분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대개는 물을 많이 섭취하지 않는 쪽으로 일을 했다. 나는 공장에서 2달정도를 일했고, 30년 이상을 근무한 어머니를 존경하게 되었다. 그리고 주택가에 돌아다니는 라이더들을 보았다. 왜 배달은 '남자'만이 할까.
특히 '배달의 *족'의 앱을 이용해 배달아르바이트를 했던 한 여성노동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받거나 일을 한 곳에서 산재처리를 못받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너무 많아서 한 여성에 사례에 국한되지 않는다. 남성 근로자가 여성 근로자인 라이더에게 대하는 차별적인 묘한 태도는 - 우리가 일상에서 운전을 할때 '여자가 운전은.'이라고 투덜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신체적으로 남녀가 다르다는 이유로 똑같은 회사에서 차별화된 작업 조건과 여성에게 주어지는 노동조건은 '남성'에 비해 협소하고 방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제조업, 건설업 종사자'산업환경의 현실이다.
뿐만 아니다. 여성으로써 존재하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차별이 심각하다. 장애인의 경우 '재택근무'가 대부분이거나 계약직만이 수두룩하다. 온라인 직업만을 해야 하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이른바 "선량한 차별"임이 틀림없다. 한국은 2020년 기준 전체 의무 고용인 17만 9,884명중에 장애 남성은 13만명이 넘으나 여성장애인은 그 수의 3분의 1도 안된다. 의무고용제를 도입해도 똑같은 회사에 다녀도 심지어 똑같은 업무를 맡아도- 결국 임금격차는 심각하게 벌어진다. 이것은 장애인분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여성근무자들역시 알고 있는 사실이며 이 사실을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은 없지만 이를 '차별'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드물다.
장애인을 말하면 지체장애인을 떠올리기 쉽지만 뿐만아니라 정신, 심신 장애도 있으며 조현병, 부분성 우울장애등의 경우 주변 동료들과 회사에 배려를 받아야 할 대상이나- 외면받고 소외받는게 현실이다. '모두를 위한 직장'은 어디에 있을까. 장애인이 휠체어를 접고 건강권과 노동권까지 보장받는 조건이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회사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무시받는 경우나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몸소 알아야 할 정도다. 여성이란 이유로 혹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밝혀지거나, 무시당하거나, 거부당하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말할수 있어야 한다. 말하지 못하고 참고 넘기는 재직자가 너무 많으며 우리는 차별받는 근무 환경 속에서 묵묵히 견뎌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넘겼을 것이다.
고령의 여성만 채용한다는 '청소업'을 생각해보자. 공공시설 화장실 청소의 경우 여성 노동자만 고용한다. 고령 여성만 뽑기 때문에 체력이 부족해도 아침 저녁으로 밤낮없이 근무해야 하며, 산재처리도 잘 받지 못해 노동조합에 들면 잘리기 일쑤다. 솔직한 불편함을 토로한 한 여성 청소노동자는 국가 인권 위원회나 여성단체에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허다한 피해사례중 하나는 성추행인데. 경찰조사가 까다롭고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불충분한 사건으로 종결되고 피해자는 입증하지 못해 분노와 슬픔을 먹고 관두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30 여성노동자가 부당하게 차별을 쉽게 받는 곳이 문화예술직이다. 부당한 해고처분을 받거나 집단내 따돌림이 비일비재하며 특히 출판업계, 영화업계, 방송업계 등에서는 사장이나 사수가 고용한 청년 여성 노동자를 괴롭히고 폭언, 따돌림시키는 경우가 너무 빈번하다. 이를 알고 있는 주변 작가, 저자들은 출판계는 원래 '편집자'를 괴롭히는 게 허다하다고 알고 있지만, 괴롭힘이 일반적이라면 우리는 억울한 일에 심리적으로 무너지거나 일상이 무너지게 하는 (특히 5인미만의 사업장등) 직장들에 대해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해당하는 영세한 사업장의 회사, 레드오션이라 불리는 회사내에 청년들이 왜 퇴사를 하고 심각한 폭력에 노출되어도 말하지 못하고 나오는지, 우리는 알아야 하고 - 다음 피해자가 없기위해 그런 사업장을 조속히 처벌해야 할것이며 - 인권에 대한 경각심과 노동자에 대한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배려'를 탑재해야 하지 않을까?
여성노동자와 더불어 청년들은 이제 한국직장에서 희생당할 역할이 아니다. 더 어렵고 많은 일을 '신입'이라면 감당해야 한다고 말하는 회사가 대부분이나, 이는 감당해야할 몫이 아니라 바꿔야할 위험이기도 하다. 특히 산재노동자로써 일하다 다치거나 아픈 사람은 누구이든 법적 범주와 상관없이, 사고인지 질병인지 관계없이, 생계의 걱정없이, 불이익과 절차의 복잡함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없이- 호소하고 대처받고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소수자의 시선으로 산재를 생각해 실제 현장에서 종사한 19명의 노동자가 실제 인터뷰한 사실을 토대로 적어내린 책 '일하다 아픈 여자들'을 추천한다. 여성의 산재는 왜 잘 드러나지 않는지에 대한 확실한 물음을 듣게 될 것이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기획으로 출판된 추천 책이다.
책 추천을 위해 쓴 글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선택받지 못하거나 배제되는 환경에 늘 노출되어 있었던 여성노동자로서 이러한 사례를 한번쯤 작성하고 싶었다. 남자는 남성으로써 보호와 권리를 받으며 여성은 여성으로써 받을수 있는 권리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과 약간의 관대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질문을 던져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