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6천만원을 '사기꾼'에게 송금한 64년생 하루

《 30년 사업 경력, 꼼꼼한 남편조차 피하지 못한 사기 수법 》

by 마미모해

┃사기꾼 계좌로 6천 만원 송금┃


2025년 11월 14일 금요일.

오전.


나는 재택근무 중이었다. 30년간 운영해 온 5인미만

작은 회사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세금계산서 발행하고, 협력업체(발주업체)에 대금 청구하고,

거래처(매입처)에 대금 지급하고.

늘 하던 일상.


우리 회사는 5인 미만 사업장이며 가족끼리만 운영한다.

친정오빠, 조카, 형부. 꼭 필요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만.


1995년 개인사업자로 시작해 30년을 그렇게 버텨왔다.

남편은 오더 받아오고, 견적 내고, 경영 전반을 담당한다.


나는 회계와 행정업무. 산재증권, 선급금증권, 계약이행증권,

하자증권까지. 대기업 전자시스템에 들어가 전자계약 서명하는 것까지.

모두 내 담당이다.


┃사기꾼의 시나리오의 시작┃


남편에게서 신이 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우리가 거래하는 공공기관 구매부 팀장이라는 분이

자신에게 연락이 왔다는 것.


문자로 해당 공공기관 구매부 팀장 이라는 명함을

보내 왔다고 한다.(사고 후 알게 된 사실이다)


담당자가 여러 명이고 우리의 공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으므로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남편은 의심 없이 통화를 했다


"사장님, 물품 납품 하실 거 있으시죠?"


맞다. 실제로 그 공공기관에 1800만 원짜리

납품 계약 할 건이 있었다. —


이 사실이 모든 것을 믿게 만들었다.


나라장터 시스템 오류로 전자계약이 안 되니,

다음 주 월요일에 수의계약하러 법인 도장 가지고

방문하라는 말.


남편은 알겠다고 답했다.

전화를 끊으려는데.


"사장님께 조심스럽지만 여쭤볼 게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정교한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기존에 자신의 기관에 물품을 납품하던 A업체가

5대를 대당 1500만 원에 납품하다가 이번엔

1800만 원을 요구한다는 것.


공공기관 내부 시스템상 기존 단가보다 300만 원을

더 올려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A업체에서는 더 이상 물품을 납품 받을 수

없다고 했다는 것.


A업체가 물건 사 오는 그 무역 업체를

사기꾼(팀장 역할)이 어렵게 찾아 냈다는 것이다.


그 수입 업체(B)는 흔하지 않은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라서

배짱 장사하는 없체라는 거다.


사기꾼 말에 의하면,

B업체는 첫 거래를 처음 트는 업체에게만

(공공기관)자기네가 필요한 그 물품을 1 대당 1200만 원에

판다는 것.


그러니 남편의 회사가 B업체에 연락해서 첫 거래니까

1대당 1200만원씩 사서 해당 공공기관(사기꾼)에

납품하라는 것.


이렇게 구매한 남편회사가 (사기꾼 공공기관) 자기네 한테

1 대당 1600만 원에 납품하하라는 거다.

그럼 바로 결재 올려서 8천만 원을 일주일 안에 정산해 준다는 것.


중간 역할만 하고 2천만 원을 번다?

남편은 신이 났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난 더 신났다. —)


┃사기꾼에게 6천만원 송금 완료┃


남편은 상대 업체(B)의 거래명세서를 카톡으로 보내 주었다.

6천만 원을 빨리 송금하라고 재촉 했다.

그래야만 다음 주 월요일 오전에 물건이 도착한다는 것.


늘 하는 일이니까 의심 없이 송금했다.

송금 확인증을 남편에게 보냈고, 남편은 그 '팀장'

이란 자에게 전달했다.


"입금 잘 받았습니다."며 전화가 왔다고 한다


그 가짜 팀장과 남편이 통화 중에

전화기 너머로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야 이 XX 야!

'내가 10대분 주문하랬지, 언제 5대 분만 주문한랬냐!"


통화 중에 남편은 순간 생각했다.

'아, 그럼 5대를 더 주문한다는거구나.'


연기였다. (나중에 안 사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지금 옆에서 과장님이 급하다고

소리 지르십니다. 추가 5대분 빨리 주문해 주세요."


남편이 내게 다시 전화했다.

2차로 6천만 원을 더 송금하라고.


남편에게 물었다.

아니, 당신한테 전화한 분은 팀장이라며?
근데 지금 옆에 과장님이 소리를 질렀다?


보통은 팀장이 상급자고, 과장은 그 아래 직급이잖아
근데 과장이 통화 중인 팀장한테 욕을 했다고?


그렇게 되물었지만, 나도 신이 났고 남편도 신이 난

상태에서 더 이상의 질문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터.


10대를 납품하면 중간에서 4천만 원을 버는 것이니까 말이다.

(인간의 탐욕 앞에 고스란히 무너진 순간이다 ㅠ.ㅠ)


여보, 빨리 송금해야 나머지 5대 추가분도 월요일에
물건 도착 하니까 6천만 원 더 보내고 카톡 주삼


그러던 남편.

전화를 끊기 직전.

"잠깐만. 기존 나랑 업무상 기존에 통화하던(공공기관) 실제 직원한테

한번 확인해 보고 다시 연락 줄게. 아직 2차분은 송금하지 마."


이 후,

남편의 카톡을 보자

심장이 덜컹 내려 앉았다.

안절 부절, 분명 무슨일이 있는거다.

더이상 무서워서 물을 수 없었다.


┃뒤 늦게 깨달은 사기, 은행 방문┃


잠시 후. 남편에게서 카톡이 왔다.

"문제가 생긴 거 같아. 그런 사람 없대."


두 번째 6천만 원은 보내지 않았다.


우리의 거래 은행인 기업은행에 전화했다.

어디서 들은 건 있었으니. 지급정지를 요청했다.

안 된다고 한다.


상대은행은 '대구은행.'


'기업은행' 직원은

보이스피싱만 지급정지가 되고, 이건 '물품납품을 빙자한

사기'라서 지급정지가 안 된다는 것.


기업 은행 직원은 뭐라도 해주고 싶어 하며 안타까워했다.

30년간 거래한 지점이다.

(우리 같은 피해자를 이미 많이 봐 왔을 직원분들)


'착오송금 반환청구'로 상대은행인 대구은행에 연락해 주었다.


그 와중에도.

사기꾼은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


"추가 5대분 6천 빨리 보내주세요!"


남편은 태연하게 연기했다.
지금 돈이 없어서 여기저기 구하고 있어요.


통화하면서 경찰서로 향했다.

발목 부상으로 얼마 전 철심 박는 수술을 해서 목발을 짚고.


발이 새까맣게 변해 퉁퉁 붓도록 아파하면서. 다리를 절면서

경찰서로 향했다고.

(가슴 뭉클.)


┃고마운 '여성 경찰관'님┃


급히 도착한

민원실에서 번호표를 뽑고 안절 부절 한참을 기다렸더니,

"이건 사이버범죄 팀으로 가서 접수하세.


또...저쪽으로 가세요."


그리고 다시 ....또 애타게 순번을 기다렸다.


순번이 되자,

담당 경찰관님.

"노쇼라서 지급정지 요청 통보를 못 합니다."


그렇게 또

다른 부서의 경찰관에게 인계됐다.


또 무작정 타들어가는 입술에 침을 발라가며

기다렸다.


그 와중에 사기꾼들은 (두 명=팀장역할, 무역업체역할)

수십 통의 전화를 해댄다.

추가 2차분 6천을 못 구했으면 가능한 만큼만 보내란다.


그러면서 하는 말, (무역업체 대리 역할 B)

"사장님, 이건 또 뭡니까?, 대구은행에서 연락 왔는데

착오송금 반환요청 하셨다던데 어떻게 된 거예요?"


남편은 그들을 안심시키면서


아, 대리님(무역업체 대리 역할 B)
아내한테 송금하랬더니 아내가 나머지 6천만 원이
없어서 지금 돈을 구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사기꾼 전화 계속 응대하며...

경찰서 민원실에서 기다리며.


네 번째 경찰관님 쪽 부서로 안내 받음.

여기서도 똑같은 답변이었다.


"보이스피싱만 지급정지 요청이 가능합니다."

즉 선생님은 '물품사기빙자' 노쇼라서 지급정지가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남편이 하소연했다.


아니, 이건 너무 억울하지 않습니까.
사기 당한 내 잘못이 더 크지만, 6천만 원을 송금했는데
이걸 경찰이 도와줘야지 누가 도와줍니까. —
빨리, 제발 대구은행에 지급정지 좀 해 주세요.


울부짖듯 토해냈다.(애타는 맘 상상이 간다.)


경찰관 입장에서는 법에 의한 처리만 가능한 거'

당연하다.(법이 그런 걸 어쩌겠나.)


그때.

옆에 있던 여자 경찰관님이 컴퓨터로 뭔가를 조회하더니 말했다.


"선배님, 상대 은행이 대구은행이라 이건 지급정지 신청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왜 처음부터 상대 은행이 어느 은행인지 확인하지 않았을까ㅠ.ㅠ)


이 부분에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이 있다.


경찰서 민원실에 들어가면, 번호표부터 뽑고

기다리게 되는가보다.(아직 가 본적은 없지만.)


어제처럼 급박한 상황이라면,
“어떤 사건으로 오셨나요? 사이버범죄인가요?”
이렇게 먼저 물어봐 주는 민원 안내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처음부터 사이버범죄쪽으로 안내 해 주었더라면...

(우린 모른다. 이게 사이버범죄인지, 바보들의 범죄인지ㅠ.ㅠ)


남편은 지급정지를 단 1분, 단 1초라도 빨리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민원실에서 계속 “저쪽으로 가세요”, “여기로 가세요” 하며
창구를 네 번이나 옮겨 다녔다고 한다.


그 몇 시간이 피해자인 우리에겐 얼마나 다급한 시간인지
당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범죄 안전 시스템을 갖춘 나라라고들 한다.
정작 사기를 당해 애타게 뛰어다니는 민원인은
그 사이에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강력 범죄가 아니니까 그런 듯.)


바쁜 경찰서를 원망하는 게 아니다.

최소한 민원실에서 번호표 뽑고 한참을 순서 기다렸는데

막상 순서가 되니 "저쪽으로 가세요"

또 번호표 뽑고 기다리고...


은행 지점에 방문하면 청원 경찰님이 묻는다.

"혹시, 어떤 업무 처리하시러 오셨습니까?"

그리고 민원인의 업무에 맞게 안내해 주신다.


예를들면, 기업 고객이 개인고객 창구앞에서 번호표

뽑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해주는

최상의 효율적인 서비스인 셈.


더구나 남편은 발목에 철심을 박는 수술 후라
제대로 디딜 수도 없어 절룩거리며

이리 저리 다녀야 했다. (누가 봐도 어렵게 걷는 모습인데)

너무 급해서 목발도 패대기 치고.


그런 남편은

“지급정지를 빨리 걸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당시엔 아픈 것도 몰랐던 것.


민원 창구에서

미리 분리해서 번호표 뽑고 기다리도록

민원 안내 서비스라도 해 주었더라면…

엄청나게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을텐데.


과한 욕심이겠지?


┃경찰관님 도움, 지급 정지 성공┃


최근 캄보디아 사건 이후.

대구은행 계좌로 입금된 것은 보이스피싱이 아니어도

지급정지가 가능하도록 특별 조치됐다는 것.


정부인지 금융감독원인지.

어쨌든 대구은행이 연루된 사건이 많아서 만든 조치였다고 한다.

(고맙습니다. 여성 경찰관님이 남편의 절규가 애처로웠나봅니다)


그 자리에서 경찰관님의 도움으로 대구은행에 지급정지

요청까지 완료 됐다.


그제야 남편은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사고 처리 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사라는 게,
급한 쪽은 늘 ‘나’ 뿐


결코 내 뜻대로만 흘러가는 법은 없다는 걸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기 피해자를 위한 '지급정지' 제도는
분명 더 개선이 필요하다.


은행의 기준도, 행정 절차도.

시간이 생명인 사건 앞에서
“안 된다”는 말이 너무 쉽게 반복되고 있다.

(해당 기관 직원분들은 당연히 규정대로 해야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남편의 하소연을 들어주시던 경찰관님들.
특히 옆에서 지켜보다 안타까운 마음에
끝까지 방법을 찾아주고,
결국 지급정지까지 이끌어주신 여성 경찰관님.

경찰청 홈페이지 칭찬게시판에 칭찬 글

올려드릴 생각이다. (게시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의 재치있는 확인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이 글을
전혀 다른 마음으로 쓰고 있었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사기꾼들은 번갈아가며 전화를 걸어왔다.

이젠 저들이 지급정지까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급정지 풀어주면 돈 돌려드리겠습니다."

"통장 사본 보내주세요."

"다른 곳 물품대금을 못 주고 있어요!"


경찰관님들의 도움으로 남편이 사기꾼 전화번호를

차단했다.


모르는 번호로 수십 통의 전화가 온다.

남편이 아예 응대를 하지 않으니까.

그 사기꾼들은 사무실로 전화했다.


사무실로 걸려온 사기꾼의 전화를

나의 조카이자 직원이 받았다.


"사모님이 저를 고소했다면서요? 돈 돌려드릴 테니

사장님 전화 좀 받으라고 하세요!"


아주 급해서 안달 이라고 한다.


┃남편이 사기 당한 이유┃


이 사기에 남편이 넘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실제로 우리는 해당 공공기관에 1800만 원짜리 납품 건이

있었다

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것. —


30년 경력의 꼼꼼한 남편을 믿게 만들었다.


사기꾼들은 우리의 실제 거래 정보를 어떻게 알았을까.

나라장터 시스템이 뚫렸을까. 내부 정보가 유출됐을까.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아무리 똑똑하고 경험이 많아도, 사기꾼들의 시나리오가 우리에 대해

단 1%만 정확히 꿰뚫고 있다면,

누구라도 속을 수 있다는 것.


"— 마미모해 on Brunch."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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