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여보, 6천만원 내가 벌어 줄게.

《 사기꾼에게 6천만원 송금한 남편의 카톡 : " 여보, 미안합니다》

by 마미모해

┃여보~~미안합니다~┃


어제 사기꾼에게 6천만원을 거저 주고 난

저녁 무렵.


남편이 가족 카톡방도 아닌 나의 개인

카톡에 썼다.


그리고.

"여보~~미안합니다~~ㅠ"

남편은 어제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


평생 남들이 사기당하는 걸 보기만 했지

자신이 이렇게 쉽사리 당할줄 상상도 못했을 터.


그런 자신이 어이없게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에.

화가난다고 했다.


왜 내가...바보같이...
한 번만 의심했더라면...

이 말을 반복하고 있을 남편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나에게 미안해 하늠 마음도 느껴진다.


┃똑똑한 남편, 당신이 최고얌┃


남편은 똑똑한 사람이다.

기계 설계과 전문대 졸업해서 그런지 수학을 무척 잘한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수학인데,

수학을 잘하는 남편을 보면

신기하다.


난, 버스도 다니지 않는 시골 산꼴짜기에서 자랐다.

학교에 걸어가는 시간만 2시간,

돌아오는 시간만 2시간,

왕복 4시간이다.


학교공부는 그야말로 졸업장만 땃을 정도로 공부를 안 했다.

아니, 못 했다.


아버지는 새벽에 나를 깨워서 농사일을 시켰다.

난 눈비비며 일어나서 농사일 하고 학교를 2시간 동안 걸어가야 했다.

그러니 공부를 제대로 했을리가 없다.


난 수학을 정말 못한다.

고등학교도 졸업장을 어떻게 땃는지 신기해하는 남편.


남편은 장난삼아 나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여보, 1/2+1/3 = 뭐야?


난 정말 이 분수를 못했던 사람이다.


결혼한 남편한테 창피할 게 없으니까

내가 수학을 물어보곤 했다.

분수 계산도 나눗셈도 잘 못하는 나를 앉혀놓고

노트에 써 가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자상한 사람이다.


남편이 자주 장난친다


분수도 못하면서 주식투자로 돈 버는 거
진짜 연구 대상이라고. —
나도 그렇게 생각해.


현명한 남편의 대응으로 추가 6천만원을 송금하지

않았으니 우린 6천을 번 거나 다름 없다.


┃마미모해의 답장┃


남편의 딱 한 줄 카톡

"여보, 미안합니다"에 대한 답장을 보냈다.


여보, 미안해 하지마.
내가 당신한테 한 번만 의심하는 말 했어도

당신이 의심해봤을 터인데..
당할려니까 그런거얌.


정말 그랬다.

내가 송금하기전

물었다면.

남편은 의심해봤을 것이다.


작정하고 사기치는 XX한테

당할 수밖에 없다.


"당신 덕분에 우린 더 피해를 막았어.

당신 때문에 더 큰 돈 잃지 않았고 오히려 지켰잖아. 6천."


┃예전 같으면┃


예전, 찢어지게 가난할 때 였으면.

6천만원은 우리에게 다시 일어설 수

없을 만큼의 큰돈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6천만원이 적은 돈이라는 거 아니다.

이렇게라도 허무함을 위로받고 싶어서다.


극심한 가난 속에서 결혼했던 우리 둘.

남편과 함께 작은 제조업을 시작했던 1995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친정오빠, 조카, 형부.

가족끼리만 꾸려가며 30년을 버텨온 우리.


작은 기업이라서 큰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성실하게 살아온 덕에 아이들도 출가시켰고.


지금도 욕심부리지 않고,

이 나이에도 직업이 있다는

행복한 생각하면서 운영하고 있다.


오히려 고맙고, 정말 든든하고, 다행이고..


┃그까이꺼, 6천만원 내가 벌어 줄게┃


나는 64년생이다.

4년 전 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미국 주식 TQQQ 종목으로 4년간 투자하며

가족 15명 정도가 함께 주식 투자를 즐기고 있다.

(이젠 나의 취미생활이자 삶 일부가 된 미국 주식 투자. )


극심한 손실도 경험했다.

2022년 TQQQ로 7억원 넘게 손실인 적도 있었으니까.

엄청난 고통을 극복한 후 다시 일어났다.


┃정신 승리하며 잊자┃


남들은 주식투자하다가 수억원씩도 까먹잖아.
사업하다 망해서 집도 날려먹잖아.
당신은 30년 동안 사기한 번 안 당하고 똑똑하게 잘 해왔어.


정말 그랬다.

30년간 단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


어젯밤 남편에게 내가 해 준말.

나의 재치있는 이 말에

우울해하던 남편이 빵 터졌던 내용이다


"남들은 은행에서 적금 해약해서 현금 싸들고.

검사 사칭 사기꾼을 직접 만나서 돈을 손에 쥐어 주고도 오는데..


"우린 그래도 만나서 주고 오진 않았잖아 .

송금해줬잖아. 맞지?~^^"


6천 찾아서 현금으로 줬으면 더 화가 났을 것이다.


┃여보, 내가 6천 벌어줄게┃


다행히 2차로 손실 볼 뻔한 6천만원은 지켜냈다.

남편의 순발력과. 여자 경찰관님 덕분에.


만약.

만약 그날 대구은행이 아니었다면.

보이스 피싱이 아니라서 지급정지 못했을 것.


착오송금 반환 요청은 아무 소용이 없는 거란다.

입금 받은 사기꾼이 "난 돈 못 돌려줘" 이러면 끝.

그럼 내가 소송으로 받아내야 하는 거다.

(에효~)


강력한 효과가 바로 "지급정지"다.


만약 남편이

두 번째 6천만원 송금 전에

공공기관에 확인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6천만원중 얼마라도 되 찾을지에 대한

기대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


사기꾼이 밤 늦게까지 발악하는 걸 보니

6천만원 인출을 못 한것같다.

ATM기에서 현금 약600만원 정도 인출했을 것이고.


은행창구에서 수 천만원을 인출하면

똑똑한 은행직원한테 사유서도 써야하고

의심받을 수 있어서 아마 현금 인출 못 했을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

당신의 남편도. 당신의 아내도. 당신 자신도.

예외가 아니다.


30년 경력의 사업가도 당하는 세상이다.

한 번만 더 확인하자. 한 번만 더 의심하자.


그리고.

가족이 실수하고 위축되어 있을 때

설령 속마음은 아프고 쓰리더라도

나보다 더 아팠을 남편을 위해


여보 햄내, 내가 6천 벌어줄게.


— 마미모해 on B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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