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했던 건, 나 혼자였다

서른 번째 생일. 축하 대신, 이별의 기한을 받았다.

by 정셔틀님

서른. 오늘, 내 생일이다.

축하의 말보단,

어느새 숫자 하나에 존재가 깎여나가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서른이 되자,

세상은 내 가치를 새로 매기기 시작했다.

연애 시장, 결혼 시장, 노동 시장.

모든 곳에서

“여성”이라는 이름과 “30”이라는 숫자가

내 앞에 먼저 놓인다.


억울하다.

나는 나를 살아왔는데,

왜 내 나이가 나를 대신 말해야 하는 걸까.

왜, 내가 아닌 ‘나이’가 먼저 평가받는 걸까.


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 말이, 요즘은 날 가장 숨 막히게 만든다.


나는 지금,

세상이 조용하고도 잔인하게

내 ‘여성성’을 깎아내리는 현실 속에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는 여전히, 조용하다.


나는 그를 사랑했다.

지금도 사랑한다.

하지만 그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지켜주지 않았다.


세상은

나에게 빠르게 ‘끝’을 통보하고 있는데,

그는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그저,

내 젊음을 함께 누리고 싶었던 것일까.

내 마음을 사랑한 건지,

그저 편안한 순간을 사랑한 건지—

점점 헷갈려진다.


기다림도 없고,

함께하겠다는 약속도 없이,

그저 미뤄지는 시간만 쌓여간다.


그가 다를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그도 쉽게 뒤돌아서는 사람 중 하나였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는 기다렸고,

그는 멀어졌다.


결국 나를 가장 아프게 만든 건,

그 사랑이었다.


날 안아 달라는 말에

현실적인 조언이 돌아올 때,

그건 이성적이라기보다,

조금은 무정하게 느껴졌다.


나는 감정 안에 있었고,

그는 상황 밖에 서 있었다.


서로를 향하고 있었지만,

서로의 마음은 닿지 않았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

참 어리석었다.


현실적인 조언보다,

나는

그저 내 편이 되어주길 바랐다.


그걸 모른 척해주는 게

사랑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내 마음을 읽어주지 않았다.

결국 나는,

외로워졌다.


나는 사랑을 했고,

그는...

그저 혼자가 되기 싫었던 건 아닐까.


내 손을 잡던 그 순간에도,

그는 나를 본 게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나는 그 사람이면 충분했지만,

그는 언제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왜 신은

나를 이렇게 태어나게 하고,

그를 만나게 했을까.


사랑한 게 죄라면,

그 대가는

왜 늘 한 사람만 감당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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