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절 썼던 시를 끄집어내 손질해 보았습니다.
온순한 곰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눈을 뜨니
직장 생활 3년째예요
하품을 하니 사무실 냄새, 일어나 기지개를 켜니 타다닥 키보드 소리가 나요
창가를 떠도는 새벽 공기는 오래된 식빵 같아요
신문배달 소년이 바쁜 인사를 던지고, 한 박자 늦은 내 미소엔 바코드가 찍혀요
냉장고 구석의 우유, 조그만 종이 상자 속
그 보드라운 희망을 서둘러 마시다 아야,
어린아이 소리를 내요
나는 유통기한 날짜보다 이틀이나 더 빨리 살았어요
아냐 아냐, 이제는 그 옛날 열한 살 짝꿍을 기억하며
밤새워 연애편지를 쓸 테야
햇살 피해 달아나는 어린 별들을
내 몸 구석구석 숨겨주고, 길바닥에서 울먹이는 흙탕물과 까악까악 손장난도 칠 테야
그러나 나는 어느새 입술을 여민 채 커튼을 쳐요
능숙한 솜씨로 팬티를 갈아입고
새로 산 스타킹의 비닐포장을 뜯어요
온몸이 이력서로 멍든 친구 얼굴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