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생산적 활동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글쓰기입니다. 그 외에 뜨개질, 재봉질, 산책하며 사진 찍기, 꽃밭 가꾸기 등은 오직 나 혼자, 나를 위해, 내가 좋은 대로 즐기면 됩니다. 뜨개질할 때 어깨가 아프고 덥고 추운 날씨에 밖에서 돌아다니고 꽃밭에 쪼그리고 앉느라 무릎과 발목이 뻐근한 건 어려운 게 아닙니다. 몸이 힘들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생산적 활동이 세상에 있을까요? 힘들지만 좋고, 힘들면서 좋은 거죠. 일종의 패키지라 할 수 있겠습니다. 누군가의 요청으로 뜨개질을 할 때에도 상대방은 뜨개질에 대해 거의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주도권이 나에게 있습니다. 재료, 형태, 방법까지 전부 내가 결정하게 되므로 결국엔 나를 위한 뜨개질과 다름없습니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 파일들을 노트북에 옮기면서 쓸 만한 걸 고르고 정리하는 간단해 보이는 일이, 의외로 사진을 찍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리고 무척 하기 싫지만 그 또한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와 달리 글을 쓸 때에는 읽는 사람을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매 순간 어렵습니다. 오직 나 혼자, 나를 위해, 내가 좋은 대로 썼다가 오류가 생기고 오해를 만들면 안 되니까요. 지금도 앞의 두 문장이 매끄럽게 잘 읽히는지 여러 번 다시 읽어 보고 조금 고친 후에 “매”와 “순간”을 띄어 쓰는 게 맞는지 인터넷에서 확인해야 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글의 내용이 모호하거나, 어휘력이 부족해서 상황에 맞지 않는 낱말을 쓸 수는 있습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도 잘못 알고 있거나 실수하기 쉽고요. 조금 부족한 글이 되겠지만 읽는 사람이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잘못은 아니죠. 하지만 문법적으로 맞지 않고 틀린 정보를 담은 글은 물건으로 치면 불량품과 같습니다. 잘못된 글이죠. 며칠 전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친구로부터 브런치에 발행된 내 글을 읽었고 가끔 오탈자가 있어서 알려주려다가 말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더 열심히, 잘 써야겠습니다.
문장의 정확성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글의 내용을 읽는 사람에게 잘 전달해줘야 하죠. 내가 쓴 글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니까요. 모든 창작활동이 그렇듯 글을 쓰는 목적은 다른 사람이 읽고 무언가 느끼도록 하는 것입니다. “감상” 말입니다. 나의 생각과 감정, 지식 등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것이 있어서 글을 쓰는데 읽는 사람이 그걸 충분히 전달받지 못하거나 잘못 이해하게 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요. 문장 하나하나가 문법적으로 정확한 것과는 별개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글에 명확히 담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면서도 얘기를 듣는 것처럼 술술 읽히는 글을 쓰는 것, 그게 글쓰기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만 하려고 해도 힘이 듭니다. 아름다운 어휘와 표현들로 글을 장식하는 것은 한참 뒤의 일이죠. 나는 아직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습니다.
말을 할 때에는 상대방이 앞에 있어서 도움이 됩니다. 틀리거나 빠진 게 있으면 상대방이 물어봐서 확인하게 되고 말의 순서가 좀 바뀌더라도 대부분 알아서 정리해 들어줍니다. 상대방의 표정을 살펴서 내가 말하는 의도와 달라 보이면 어조를 수정하거나 어느 부분에서 오해가 있는지 되물을 수도 있죠. 그런데 글을 쓸 때에는 이 모든 상황을 감안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 번에 “잘” 정리해야 합니다. 제 글에서 오탈자를 발견했다는 친구는 거의 30년 지기이고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한 만큼 서로를 무척 잘 아는데도 메시지로 얘기를 주고받을 때에는 얼마나 더딘지 모릅니다. 핸드폰 화면에서 친구가 글을 쓰는 중이라는 표시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그 표시마저 사라졌다가, 다시 글을 쓰는 중이라는 표시를 보다가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말을 대신하는 글은 그만큼 어렵습니다.
냅다 노트북을 켜서 한글 프로그램을 열고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놓는다고 글이 써지는 게 아닙니다. 일필휘지 하듯 키보드를 눌러 글을 쓰는 일이 죽을 때까지 나에게 한 번이라도 생길지 모르겠고요.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글 쓰는 마음”에 대해 글을 쓰려면 내가 글을 쓸 때 어떤 마음인지 생각을 먼저 해봅니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왜 쓰는가, 그러기 위해서 어떤 무엇에 중점을 두는가, 글쓰기의 무엇이 좋고 무엇이 어려운가……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생각을 하죠. 그중에 무엇을 글로 쓸지 고르고 적당한 순서를 생각합니다. 종종 글을 쓰는 중간에도 멈추고 이렇게 생각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때 문장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합니다. 종이 위에 숫자를 쓰면서 계산하지 않고 암산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작업이죠.
사람이 생각을 할 때에는 주로 단편적인 이미지와 단어들이 빠르게 연속적으로 떠오르는 형태가 되는데, 나는 종종 머릿속에서 글을 쓰듯이 의식적으로 문장을 만들면서 천천히 생각하곤 합니다. 머릿속의 모니터 화면에 글자가 하나씩 생기고 틀리면 지우고 다시 쓰고, 그렇게 해서 문장이 하나 만들어지면 그다음 문장을 이어갑니다. 이렇게 머릿속으로 문장을 만드는 건 한계가 있어서 체계적인 글이 되기는 어렵지만, 그 문장들이 내가 쓰는 글의 단초가 되죠. 특히 글의 시작 부분은 대부분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게다가 그러고 있는 시간이 노트북 앞에 앉아서 글을 쓰는 시간보다 훨씬 더 길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 생각하기는 글쓰기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생각을 많이 하고 그대로 글로 옮기려고 해도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머릿속에 있을 때에는 명쾌한 것 같았는데 글을 쓰다 보면 자꾸만 툭툭 끊어집니다. 매끈하게 술술 읽히지가 않고요. 그래서 끊임없이 읽습니다. 눈으로 글자를 훑는 게 아니라, 소리를 안 내고 속으로 읽지만 낭독한다는 생각으로 또박또박 읽습니다. 조금이라도 삐걱거리거나 걸리는 느낌이 들면 고치고, 다시 읽고, 그래도 또 걸리면 고치고 또 읽습니다. 그렇게 정리되고 나면 내 입장에서는 맞는 표현일 지라도 읽는 사람에게 불쾌함이나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하는 부분이 없는지 고민합니다. 다시 한번, 내가 쓴 글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왕이면 친절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밤늦은 시간에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DJ의 멘트처럼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 같은 글이면 좋겠습니다.
이제까지 얘기한 글쓰기의 중요한 부분들이 글의 성능과 관련 있다면 그에 못지않게 글의 내용도 중요합니다. 책을 사서 읽었는데 느껴지는 것도 생각할 거리도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별로 없으면 돈이 아깝죠. 그런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우연히 키워드를 검색해서 보게 되었더라도, 내가 쓴 글을 일부러 찾아서 읽는 사람이 공감이든 반감이든 느껴지는 게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나의 정말로 별 거 없는 일상에서 나 혼자 느끼는 하찮은 소회를 그대로 몇 줄 적는 정도는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의 얘기를, 읽는 사람이 쉽게 이해하도록 풀어서 쓰고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과 근거를 대고, 그로부터 생각할 거리를 제시하기도 하면서 전체 글의 흐름이 매끄러워 친절한 글이 되려면 짧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길게 쓰겠다는 것도 아닌데 글의 길이에 대해서는 고민이 됩니다. 나는 지금까지 브런치에 발행한 나의 글들이 전혀 길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재미로 보는 영상마저 10초가 넘으면 안 본다는 세상에서 이 정도는 지나치게 긴 편인가 봅니다. 이용자로서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특성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글을 써서 발생하기에 급급하다가, ‘독자가 작품을 읽던 지점부터 다시 볼 수 있도록 “이어 읽는” 감상 환경을 지원한다’는 플랫폼 운영의 취지를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틈틈이 읽기 좋도록 적당한 길이로 “끊어 써야” 하는 거죠. 게다가 적당한 길이라는 것도 내 생각보다 훨씬 짧네요. 나는 그저 종이책 대신 모니터나 핸드폰 화면으로 매체만 전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친절한 글을 쓰고 싶다면서 읽는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불친절한 작가였습니다.
몇 안 되는 구독자 중 한 명(물론 지인입니다)이 읽기도 전에 너무 길어서 깜짝 놀랐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결국 읽었다는 건지 안 읽었다는 건지는 굳이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한두 문장 적는 걸 글 쓴다고 하는 시대입니다. 짧은 글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짧아도 읽는 사람이 충분히 만족한다는 거죠. 게다가 짧을수록 많은 사람이 읽습니다. 한글 프로그램을 열고 빈 화면을 들여다보며 한 글자씩 썼다 지웠다, 읽고 고치고 하는 게 아니라 핸드폰에서 앱을 열고 생각나는 걸 바로 적어서 게재하는 모습이 더 보편적인 요즘의 글쓰기인 것 같습니다. 읽는 사람도 없는 글을 “잘” 쓰고 “잘” 다듬느라 긴 시간을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이 어떤 글인지 고민하고 답을 찾는데 시간을 쓰는 게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겠네요.
내가 쓰는 글이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과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나처럼 종이에 인쇄된 글을 주로 읽은 사람과 디지털 화면 속의 글자를 더 많이 봐온 사람이 느끼는 “읽는 재미”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 같네요. 매체에 따라 적정하게 담길 수 있는 글의 분량과 형식이 다르고, 매체가 전환되는 사이에 세상이 변해서 읽는 취향도 달라진 거겠지요. 지금 여기, 브런치라는 플랫폼도 내가 작가로 활동하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는 모토를 보고 벽마다 늘어선 책장에 문학 서적이 빼곡히 채워져 있는 서점을 떠올렸는데, 서점에는 기술서적도 있고 참고서도 있다는 걸 생각 못했죠. 플랫폼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작가”와 “독자”로 명명하고 있지만, 순수하게 읽는 재미를 추구하기보다는 정보전달과 취득에 관심이 더 많아 보입니다.
서점에서 사서 읽는 책과 핸드폰에서 앱을 실행시켜 찾아 읽는 글은 접근 경로만큼이나 다를 수밖에 없겠습니다. 키워드를 통해 내가 원하는 정보를 담은 글을 검색하고 그렇게 추천받은 글의 제목들 중에 와닿는 걸 골라서 읽다가 원하는 내용, 관심 있는 키워드가 눈에 띄지 않으면 재빨리 넘겨버리고 다른 글을 찾게 되겠네요. 자연스러운 행태입니다. 그리고 나의 글, 요즘 사람들이 관심 갖는 핫한 키워드도 없고 어디 가서 썰을 풀만한 정보도 없고 심금을 울리는 미사여구도 없는 데다가 길어서 읽기 전에 놀라게 되는, 내 글쓰기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는 숙제이기도 합니다. 나 역시 “인터넷에서 읽을거리를 찾는 독자”로서 어떤 글이 관심 가고 재미있는지 잘 알면서도, 막상 글을 쓸 때에는 두꺼운 종이책을 떠올리는 겁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그나마 예전에 비하면 지금 나의 글이 쉬워지고 친절해졌으니 앞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며 스스로 위로하고 있습니다. 내 글쓰기의 본격적인 시작은 논문과 보고서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오류나 오해의 여지를 허용하지 않는 딱딱한 글을 주로 썼습니다. 그러면서도 내 생각이 중요하고 누가 읽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며 불친절하게, 또 그러면서도 구구절절하게 말입니다. 읽는 사람도 없는데 인스타그램에 글을 뭐 하러 그렇게 길게 쓰냐고, 초등학교 3학년 시절의 조카에게 타박을 들은 후로 조금씩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읽기 쉽게, 필요한 말만 짧게, 가급적 요즘의 언어로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네, 가급적이요. 완전한 요즘의 언어는 잘 모르기도 하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어휘들이 어려운 말 취급받으며 사라지는 게 안타깝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문어체의 글도 구식으로 여겨지는 것 같은데, 글은 말을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 글다운 특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문어체도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글쓰기에 내한 나의 생각과 노력에 대해 이렇게 길게 늘어놓았지만 글이라는 게 꼭 이래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작가라면 누구나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고 잘 쓰기 위해 노력해서 자기만의 글을 쓰죠. 그저 내가 글을 쓸 때에 마음이 이렇다는 얘기입니다. 힘들게 쓰는 거라고 생색내는 거고요. 읽기 쉬워서 그만큼 쉽게 술술 쓴 줄 알았다는, 그런 오해를 받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열심히 글을 쓰지만 나중에 다시 읽어 보면 부족한 부분이 보이고, 이 정도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머릿속으로 대충 생각하고 그려보는 것과 실제 해보는 것은 천지차이죠. 내 글에 대한 반응이 어떨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과, 실제로 글을 써서 반응을 보니까 정말 그렇다고 깨닫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쓰기”라는 숙제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변하는 세상을 거스를 수 없지만 쉽게 따라지지도 않네요. 계속 의식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렇게 긴 글을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이제껏 쓰던 대로 열심히 글을 쓰겠습니다. “읽는 사람도 없는데”라는 생각이 자꾸 발목을 잡을 것 같긴 합니다만 그럴 때마다 내 글을 좋아하고 응원해주는 애독자, 내 친구를 생각하면서요.
모쪼록 글 쓰는 나의 마음이 읽는 분들에게 닿았기를 바라며, 별거 없어 보이지만 어렵게 쓴 나의 글을 읽어준 분들에게, 항상 그랬고 이번에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