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명로 작가의 ‘돈의 감각’을 읽고 나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걸 알게 된다.
자본주의와 돈에 대한 역사를 알아가면서 경제 시스템을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돈이 만들어지고 변하면서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은 되풀이되어 왔다. 이는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한 세기의 사회 혹은 경제 시스템이 몰락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떠올랐던 생각이 있다. 지금의 우리가 역사의 사이클 중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상승의 정점에 있는 걸까, 아니면 이미 내리막을 향해 가고 있는 걸까?
돈이 빚이라고?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의 혼란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돈은 곧 신용을 의미하고, 국가가 미래의 세금을 담보로 당겨 쓰는 빚이라니.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은화를 마구 찍어냈다. 인류 최초의 인플레이션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18세기 프랑스의 존 로는 더 기발했다. 국채를 담보로 10배의 은행권을 발행했고, 결국 미시시피 버블로 끝이 났다.
역사는 반복된다. 그들의 실수를 우리는 또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은행의 마법, 신용창조
“1000달러가 어떻게 1만 달러가 되죠?”
지급준비율 제도를 이해하면 답이 나온다. 은행은 예금의 일부만 금고에 보관하고, 나머지는 대출로 내보낸다. 그 대출받은 돈이 다시 다른 은행에 예금되고, 또 대출되고… 이렇게 순환하면서 돈이 늘어난다.
여기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우리가 열심히 빚을 갚을수록 시중에 돈이 사라진다. 대출받을 때 돈이 생겨나고, 갚을 때 소멸되니까. 마치 햄스터 쳇바퀴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빚을 내고 갚으며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비밀
“물가가 왜 오르는 건가요?”
정부는 말한다. “물건이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르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통화를 공급하고, 은행들이 신용을 팽창시킨다. 생산은 그대로인데 돈만 늘어나면? 당연히 가격이 오른다. 이자율이 낮아지면 부동산과 자동차 가격이 먼저 뛴다. 큰돈이 필요한 상품들이니까.
그사이 우리의 저축은? 화폐가치 하락으로 조용히 사라진다.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그대로인 이유가 여기 있다.
“빚이 많아서 위기가 오는 거 아닌가요?”
놀랍게도, 진짜 위험은 빚을 더 이상 늘리지 못할 때 온다. 경제성장은 누군가 계속 돈을 빌려야 유지된다. 더 이상 대출받을 사람이 없거나, 이자를 감당할 수 없을 때 경기침체가 시작된다.
사람들은 자산을 처분하고 소비를 줄인다. 부채 디플레이션 시기다. 돈이 귀해지고, 경제는 얼어붙는다. 이것이 경제위기의 메커니즘이다.
“왜 미국이 재채기하면 우리가 감기 걸리죠?”
미국이 양적완화로 달러를 풀면, 그 돈이 우리나라로 흘러들어온다. 주식과 부동산이 오르고, 경제가 활기를 띤다. 좋은 일 아닌가?
문제는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시작된다. 들어왔던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환율이 폭등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나라들은 위기를 맞는다.
환율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증상만 보고 원인을 놓치면 안 된다
.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부채는 계속 늘고 있다. 이자율은 역사적 저점을 찍었다가 다시 오르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로마 제국도, 프랑스 왕정도, 수많은 제국들이 같은 길을 걸었다. 우리는 다를까?
이 책을 덮으며 깨달았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물가 상승의 표면이 아니라 통화량의 변화를, 경제성장의 이면에 있는 부채 증가를 이해해야 한다고.
그래야 역사의 사이클 속에서 우리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다가올 변화에 대비할 수 있으니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