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마지막 여름방학.
예원, 혜진, 정후, 동훈.
윤정과 초중고를 함께 다닌 친구들이다.
이번 여름도 예원의 외삼촌이 운영하는 펜션을 찾기로 했다.
윤정이 퇴근 준비를 할 때 아저씨가 불렀다.
비상금이라며 봉투를 건넸다.
윤정은 괜찮다고 했지만 그래도 받아 두라고 했다.
예원의 외삼촌께 드리라며 롤케이크도 포장해 주었다.
다음날, 정후의 지각 때문에 버스를 놓칠 뻔했다.
친구들의 잔소리와 함께 여행이 시작되었다.
짐을 한 보따리 싸 온 정후가 김밥과 음료수를 꺼냈다.
친구들은 정후의 엄마를 봐서 한 번만 용서하기로 했다.
동훈은 양념치킨을 꺼냈다.
정후와 혜진이 남은 닭다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외삼촌 재욱이 터미널까지 마중을 나왔다.
조카와 친구들의 짐을 승합차에 옮겨주었다.
재욱은 뭐가 그리 좋은지 운전하는 동안 콧노래를 불렀다.
옆에 앉은 예원이 몇 번이나 눈치를 줬다.
재욱은 아랑곳하지 않고 목청을 높였다.
예원이 그런 외삼촌의 입안에 김밥을 하나씩 넣었다.
재욱은 입안 가득 들어온 김밥을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좋아하는 콧노래를 부를 수 없었다.
승합차가 펜션에 도착했다.
외숙모 정연이 친구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주차를 마친 재욱은 아직도 김밥을 씹고 있었다.
정연이 애들 걸 왜 뺐어 먹었냐며 등짝을 때렸다.
목이 막혀 변명을 할 수 없었다.
윤정은 쇼핑백에 담긴 롤케이크를 건넸다.
정연은 내 생각해 주는 건 우리 윤정이 뿐이라고 했다.
빵집 아저씨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정연 아줌마는 엄마와 여고 동창이었다.
혜진의 엄마까지 셋이서 ‘미녀 삼총사’로 불렸다.
마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남학생의 고백 편지와 선물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윤정은 믿지 않았다.
혜진과 예원도 마찬가지였다.
주말 손님이 하나 둘 모이면서 펜션은 제법 시끌벅적했다.
숙소에서 짐을 풀었다.
반바지 차림의 동훈과 정후가 먼저 풀장으로 나갔다.
여자 셋은 숙소에 남아 새로 산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물놀이 도중 예원의 뽕브라가 흘러내리는 참사가 벌어졌다.
윤정과 혜진이 급하게 예원을 가려주었다.
정후와 동훈은 고개를 돌렸다.
두 남자 모두 자기는 못 봤다고 했다.
재욱이 그런 조카를 놀렸다.
“어린애가 왜 어른 흉내를 내고 그러니...”
남편의 등짝을 때린 정연이, 울고 있는 예원을 달래주었다.
예원이 외삼촌을 흘겨보며 엄마에게 다 이를 거라고 했다.
재욱은 그제야 영혼 없는 사과를 했다.
윤정은 친구들과 함께한 셀카 몇 장을 지웅에게 보냈다.
민준은 미소를 지으며 휴대폰 사진을 한 장씩 넘겼다.
윤정의 비키니가 나오자 당황한 듯 주변을 살폈다.
이번에도 헛기침을 했다.
민준은 하루 종일 아메리카노만 판매 중이다.
저녁에 바비큐 파티가 있었다.
재욱이 잘 구운 삼겹살을 예원의 입에 넣었다.
예원은 그제야 표정이 밝아졌다.
혜진과 윤정의 입에도 하나씩 넣어줬다.
행복한 표정을 짓던 윤정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재욱은 상추쌈도 세 여자의 입에만 넣어줬다.
동훈과 정후는 서운해했다.
야광 선글라스를 쓴 재욱이 댄스 타임을 알렸다.
예원을 시작으로 윤정과 혜진이 중앙에 나와 댄스를 선보였다.
동훈과 정후도 합류했고, 펜션 손님들도 호응하며 박수를 쳤다.
윤정과 친구들은 재욱의 아재춤에 박장대소를 했다.
정연은 창피하다면서도 박수로 호응했다.
여름밤이 깊어진다.
숙소에 모여 진실게임을 했다.
이성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혜진의 집요한 공격에도 예원은 시치미를 뗐다.
머뭇거리던 정후는 교제 사실을 털어놓았다.
예원은 생일날 공개하려 했다며 정후를 원망했다.
윤정은 동훈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동훈이 마주 앉은 혜진을 쳐다보며 웃었다.
혜진은 ‘치킨집 아들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했다.
예원이 빵집 아저씨에 대해 물었다.
친구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윤정은 친절하고 자상하지만, 너무 노잼이라고 했다.
결혼은 한 것 같은데, 물어보진 않았다고 했다.
가게를 찾아온 젊은 여성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동훈은 ‘아저씨가 가끔 가게에 들러 맥주를 마신다’고 했다.
혜진은 ‘아저씨를 볼 때면 왠지 슬퍼 보인다’고 했다.
정후도 ‘아빠가 그런 말을 했다’며 맞장구쳤다.
가게 마감을 하던 민준이 재채기를 했다.
여름 감기는 분명 아니었다.
잠자리에 든 윤정이 휴대폰을 꺼냈다.
“잘 자요, 아저씨”
문자를 확인한 민준도 침대에 누웠다.
또다시, 재채기를 했다.
여름밤이 깊어졌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