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오키프_George O'keeffe
봄이면 꽃이 핀다. 꽃은 예쁘지만 꽃 그림은 좋아하지 않는다. 꽃 그림에 감흥을 느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바로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의 꽃 그림 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꽃 그림 작가다.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작가 이름을 보지 않고, 멀리서 작품만 보고도 누구의 작품인지 알아보는 경우가 있는데, 오키프 작품이 그렇다. 멀리서도 오키프 작품은 확실히 구별이 간다. 뭔가 다르다. 일반적인 꽃 그림이 아니다. 꽃인데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 꽃이지만 연약하고 아름답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몹시 관능적인데다가 아련하고, 처절한 느낌까지 든다. 그녀의 꽃 그림은 추상적이기도 한데, 마치 여성의 성기를 연상시켜 보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그녀는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그녀의 말과 상관없이 실제 삶은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스캔들로 이어졌다.
때론 삶이란 살고 싶은 방향과 살아가는 방향이 다른 경우가 있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떤 경우 자기도 모르게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된다. 조지아 오키프가 그런 경우다. 그녀와 사진작가인 스티글리츠 (Alfred stieglitz)의 만남이 그랬다. 그녀의 작품을 동의 없이 당시 그가 운영하던 뉴욕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여 만나게 되었다. 나이차이가 20살 많은데다 유부남이었던 그와 동거를 시작하였다. 그는 그녀와 관계를 하면서 그녀를 모델로 사진을 수 백장 넘게 찍는다. 누드 사진도 포함된 사진으로 전시를 열어 그는 점점 유명해지고, 그녀는 작품이 아닌 스캔들로, 그리고 그의 정부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 그가 이혼을 하고 오키프와 결혼을 하였지만, 결혼 후 그는 다시 나이차가 18살 차이 나는 어린 여자와 바람이 나 오키프에게 큰 충격과 상실감을 안겨 주었다. 그녀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오키프는 스티글리츠로 유명해졌지만 그만큼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 그래도 그녀는 꿋꿋이 작업을 지속했다. 스티글리츠가 죽은 후 뉴욕생활을 접고, 뉴 멕시코로 이주해 죽을 때까지 작품에만 몰두했다. 스스로 유배 생활을 선택한 것이다. 그녀의 작품은 꽃과 식물 기관, 동물의 뼈, 산 등 뉴 멕시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물들이 주를 이룬다. 당시 작품들은 삶과 죽음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봄이면 생각나는 작가이다. 오키프의 작품은 우아하고 아름답다. 꽃을 그리되 꽃의 외형적인 모습만을 그린 게 아닌 가슴을 담고 그렸기에 꽃이 일반적인 꽃 그림의 느낌이 아니다. 그림은 기술로 그리는 것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잘 그린 그림은 기술만 보인다. 기가 막히게 잘 그렸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다. 하수의 그림이다. 고수의 그림은 기술이 아닌 가슴으로 그린 그림이다. 신기하게도 그런 그림을 마주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마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기분 좋은 설레임과 두근거리는 느낌이다. 봄이 되면 오키프의 꽃 그림이 보고 싶어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