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한켠, 벽에 걸린 사진 앞에 선다.
모든 손님들이 음식을 바라보는 동안, 그 사람만은 고개를 들어
창문이 아닌 벽면에 고정된 흑백 인쇄물에 시선을 붙인다.
그것은 광고가 아닌 '기억'이었다.
잡지 속 일본 작가의 사진 한 장,
차 한 대와 단정한 집, 그리고 그 앞을 지나는 사람.
돈카츠가 놓인 상 위에는
육즙이 살아 있는 튀김,
아삭한 채썬 양배추,
묵직한 소스와
서걱이는 얼음 가득 담긴 콜라.
감각은 충실하다.
입은 바쁘고, 손도 바쁘다.
하지만 눈은 어디에 있을까?
일본 작가의 사진 속 인물도
음식은 곁에 두고,
시선은 작은 기기(스마트폰?)에 붙어 있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도 그렇다.
음식 앞에 앉았지만,
사진을 찍고, 메시지를 확인하고, 화면을 스크롤 한다.
그 짧은 순간의 기억도
누군가에겐 평생의 장면이 된다.
마치 잡지 속 벽에 걸린 사진처럼.
사진은 입 안의 맛보다 오래간다.
눈이 먼저 담고, 마음이 늦게 따라온다.
그가 찍은 사진은 음식이 아닌 ‘시선’을 담았다.
음식을 앞에 둔 사람의 눈길이 향하는 방향,
그게 바로 지금을 말해주는 풍경이다.
한 장의 브런치 사진,
한 장의 벽면 사진,
한 장의 식당 외관 사진.
모두가 지금 이 순간을 증명하는 프레임이다.
음식의 오감은 찰나지만,
사진은 그 찰나를 시간에 고정시킨다.
우리가 놓친 그 장면이,
누군가에겐 중요한 이야기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창이 두 개,
그 아래 어설픈 천막 하나.
문은 반쯤 열려 있고,
사람은 안팎으로 나뉘어 있다.
나는 이 장면을 정리하려 들지 않았다.
정면이 아니라 어중간한 각도에서,
어디에 초점을 둘지도 정하지 않은 채
셔터를 눌렀다.
왼쪽에는 두 명이 앉아 있고,
오른쪽 창 안에도 두 명이 마주 앉아 있다.
누구도 렌즈를 보지 않는다.
나는 그냥 멀리서 지켜봤다.
하얀 벽,
붉은 천,
구부정한 의자,
컵을 든 손.
모든 것이 제각각이지만
이 풍경은 묘하게 완성돼 있었다.
어색한 거리감이 오히려 친밀했고,
흩어진 시선이 서로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도 중심에 두지 않았다.
주인도, 손님도, 음식도
이 장면에서는 그저 조각일 뿐이다.
하지만 그 조각들이,
내게는 가장 정확한 ‘가게의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