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목포의 식당, 홍어와 백김치의 이야기
목포의 오래된 식당에 앉아 내 앞에 놓인 접시를 바라본다.
분홍빛을 머금은 홍어 몇 점, 그리고 그 옆에 소박하게 자리 잡은 백김치. 특별히 화려하지 않은 이 한 접시는 그러나, 바다와 들, 그리고 이 지역 사람들이 지켜온 세월의 맛을 온전히 담고 있었다.
홍어는 특유의 발효 향으로 먼저 다가온다. 처음에는 낯설고 강렬하지만, 곁에 놓인 백김치가 그 향을 포근히 감싸 안는다.
톡 쏘는 기운과 시원한 배추의 담백함이 한데 어울려 서로를 보완한다.
마치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이 오랜 세월을 함께하며 결국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의 풍경이 되는 것처럼, 홍어와 백김치는 이 자리에서 조화를 이룬다.
한 점을 집어 들고 천천히 씹는다. 입안 가득 퍼지는 홍어의 향은 바다의 거친 숨결을 닮았다. 그러나 이내 백김치가 더해져 차분히 가라앉는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이 조화는 단순한 맛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온 전라도 밥상의 역사와 문화가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식당의 공기마저도 이 음식의 일부인 듯 느껴진다. 낯선 손님들이 오가며 남기고 간 이야기들, 부엌에서 오랜 시간 불을 지피며 이어온 손맛, 그리고 지금 내 앞에 놓인 이 접시까지. 모든 것이 이어져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목포에서 만난 홍어와 백김치는 그저 한 끼의 음식이 아니라, 바다와 땅이 만나 만들어낸 인생의 맛이었다.
강렬함과 담백함이 함께 하는 그 순간, 나는 목포라는 도시가 지닌 깊은 향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