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밥
굴밥, 그 향을 찾아서
가을 끝자락, 바람이 차갑게 불어오던 날이었다. 작은 식당 문을 열자마자 코끝에 스치는 향이 있었다.
갓 지어진 솥밥에서 피어오르는 은은한 김, 바다의 숨결을 그대로 품은 듯한 구수한 내음. 나는 마치 오래 기다려온 답을 찾은 듯, 그 향기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솥, 뚜껑을 여는 순간 세상은 잠시 멈춘 듯했다.
눈앞에는 하얀 쌀 위로 차곡차곡 올려진 굴, 은은히 빛나는 은행알, 고운 대추 한 알이 자리하고 있었다. 바다와 들, 그리고 계절의 기운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풍경 같았다.
첫 숟가락을 떠 입에 넣는 순간, 굴 특유의 바다향이 퍼졌다.
바람에 실려온 파도 소리처럼 은근하면서도 깊었다. 씹을수록 퍼져 나오는 고소함은 단순한 음식의 맛을 넘어, 오래된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어린 시절 겨울, 바닷가에서 들리던 파도 소리와 갓 지어낸 밥 냄새가 겹쳐졌다.
솥밥의 묘미는 마지막에 있었다.
밥알이 살짝 눌어붙어 고소하게 익은 누룽지. 뜨거운 보리차를 부어내니 바삭했던 누룽지가 부드럽게 풀리며 또 다른 향을 내뿜었다.
한 숟가락 뜨자, 깊은 숲 속에서 장작불을 피운 듯한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문득 깨달았다.
굴밥이란 단순히 ‘밥 위에 굴을 얹은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다와 들, 계절과 시간, 그리고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한데 품은 솥밥의 향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종종 그 식당을 찾는다. 아니, 어쩌면 향기를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굴밥 한 그릇 속에서 나는 늘 다시 바다를 만난다. 그리고 계절의 끝에서, 나를 기다리는 작은 위로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