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양창고
옛 창고가 들려준 한 잔의 이야기
낡은 철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세월이 그대로 겹쳐지는 듯했다.
오래전엔 마을 사람들이 담배와 곡식을 나르던 창고였지만, 이제는 커피 향과 따뜻한 빵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햇살은 천장 사이로 스며들어 테이블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고, 그 빛결 속에서 반짝이는 먼지조차 아늑하게 느껴졌다.
한쪽에서는 바삭한 빵이 오븐에서 꺼내질 때마다 은은한 소리가 울리고, 그 순간 공기 가득 번지는 버터 향은 어린 시절 부엌에서 맡던 냄새처럼 낯설지 않았다.
커피잔을 들어 올리니 두 손에 전해지는 온기가 마음까지 데워주었고, 입 안 가득 퍼지는 쌉싸래한 맛은 잠시 잊고 있던 고향의 겨울 아침을 소환했다.
벽돌 사이사이에 남아 있는 세월의 흔적과 창가에 기대어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묘하게 어울리며,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 안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듯했다.
나는 빵을 한 조각 베어 물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시골 들판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자유로웠고, 창고 안에 가득한 따뜻한 기운은 그 바람과 섞이며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곳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고, 기억 속 장면들이 조용히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말
공간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그 안에 스며든 시간과 이야기를 품고 있다.
오래된 창고에서 마신 한 잔의 커피는 내게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가 되어주었다.
낡은 벽돌과 빛바랜 기억, 그리고 새로운 향기와 맛이 한데 어우러진 자리에서 나는 삶이 늘 이어지고 있음을 다시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