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협회
서울 한의학 협회에서 마주한 중용의 지혜
얼마 전 서울에 있는 대한한의학 협회 건물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1층 로비에는 소나무가 그려진 큰 그림과 함께 회의장이 자리하고 있었고, 조용히 2층으로 올라가니 복도 벽에 걸린 한자 문구가 눈길을 끌었죠.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그 글귀는 바로 유교 경전인 『중용』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본성을 따르는 도리, 그리고 그 도리를 닦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담담하게 전하는 문장이었는데요. 이 구절은 조선 시대 선비들이 과거 시험을 준비하며 익히고, 또 삶의 지침으로 삼았던 바로 그 중용의 가르침이었습니다.
天命之謂性(천명지위성),
率性之謂道(솔성지위도),
修道之謂教(수도지위교).
道也者, 不可須臾離也(도야자 불가수유리야).
可離, 非道也(가리 비도야).
是故君子戒愼乎其所不睹(시고군자계신호기소불도),
恐懼乎其所不聞(공구호기소불문).
莫見乎隱(막현호은),
莫顯乎微(막현호미).
故君子愼其獨也(고군자신기독야).
喜怒哀樂之未發(희노애락지미발),
謂之中(위지중);
發而皆中節(발이개중절),
謂之和(위지화).
中也者, 天下之大本也(중야자 천하지대본야);
和也者, 天下之達道也(화야자 천하지달도야).
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焉(치중화 천지위언 만물육언).
하늘이 명한 것을 **성(性)**이라 하고,
그 성(性)을 따르는 것을 **도(道)**라 하며,
그 도(道)를 닦는 것을 **교(敎)**라 한다.
도란 잠시라도 떠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떠날 수 있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보이지 않는 바를 조심하고,
들리지 않는 곳에서도 두려워하며,
감추어진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고,
작은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홀로 있을 때도 삼가야 한다.
희로애락의 감정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를 **중(中)**이라 하고,
그 감정이 드러나되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을 **화(和)**라 한다.
**중(中)**은 천하의 큰 근본이요,
**화(和)**는 천하의 통달한 도리이다.
중화(中和)가 이뤄지면,
하늘과 땅이 제자리를 잡고,
만물이 잘 자라게 된다.
작가의 말
그렇다면 왜 한의학 협회에 이 중용의 문구가 걸려 있을까요? 한의학은 인체의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는 학문입니다. 몸과 마음의 흐름을 조화롭게 다스리는 한의학의 철학은 중용이 강조하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삶’과 맞닿아 있습니다. 한의학 협회의 벽에 걸린 이 문구는, 결국 한의학이 추구하는 근본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셈이죠.
중용은 단순한 옛 경전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도 우리가 균형과 절제를 생각할 때 떠올려볼 수 있는 지혜입니다. 한의학 협회에 걸린 이 중용의 글귀는, 한의학이 단지 질병 치료를 넘어 삶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줍니다. 옛 선비들이 그러했듯, 우리도 이 지혜를 일상 속에서 한 번쯤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