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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의 숨은 심장, 야마모토 나이루

2025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GOOD NEWS)〉

by 마루


2025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GOOD NEWS)〉

주연보다 진짜를 연기한 여자

‘굿뉴스’의 숨은 심장, 야마모토 나이루


영화가 끝나면 사람들은 주로 주연의 이름을 기억한다.

설경구, 홍경, 류승범 — 강렬한 이름들이다.

그러나 〈굿뉴스〉가 남긴 여운의 진짜 중심에는,

스크린의 한 모퉁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던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야마모토 나이루.

전쟁의 이념과 인간의 존엄 사이, 그 경계의 어둠 속에서

가장 깊은 진실을 연기한 배우였다.


적군파 간부 ‘아스카’ — 침묵으로 세상을 흔든 얼굴


〈굿뉴스〉 속 ‘아스카’는 단순한 적군파 인물이 아니다.

그녀는 조직의 논리와 인간의 감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존재다.

겉으로는 냉정하지만, 그 눈빛 깊은 곳에는

자신이 믿어왔던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이 숨어 있다.


야마모토 나이루는 그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고요하게 견딘다.

그 침묵은 오히려 모든 총성과 함성보다 더 큰 울림을 남긴다.


그녀의 얼굴은 전쟁의 얼굴이 아니라,

전쟁이 인간에게 남긴 상처 그 자체다.

냉혹함 속에 깃든 따뜻한 인간성,

그 경계의 불안함이야말로 〈굿뉴스〉가 그리는 진짜 메시지다.


감정의 절제, 그리고 파괴 — 야마모토 나이루의 연기 철학


그녀는 일본 독립영화계에서 단단히 성장한 배우다.

〈고양이는 도망쳤다〉(2022), 〈밤의 마니마니〉(2024) 등에서 보여준

감정의 절제와 리듬감 있는 연기는 이미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굿뉴스〉에서 그녀는 그 절제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아스카는 폭발하지 않는다.

대신, 침묵 속에서 무너진다.

그 무너짐의 순간을 포착한 카메라 앞에서

야마모토는 마치 세상의 모든 감정을 흡수하는 듯한

‘정적의 연기’를 완성한다.


그녀의 존재는 전쟁영화의 익숙한 클리셰를 부순다.

그 어떤 강렬한 액션보다,

그녀의 눈동자가 더 많은 이야기를 말한다.


설경구와의 대비 — 냉정과 진심 사이


설경구가 맡은 중령의 세계는 ‘명분’의 세계다.

그러나 아스카가 선 세계는 ‘진심’의 세계다.

그 두 세계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굿뉴스〉는 비로소 인간의 얼굴을 되찾는다.


야마모토 나이루는 이 대비 속에서 놀라운 균형을 보여준다.

그녀의 표정 하나하나가

“적과 아군”이라는 구분을 무너뜨리고,

모두가 한때 인간이었음을 상기시킨다.


그녀의 존재 덕분에,

〈굿뉴스〉는 단순한 전쟁극이 아닌 인간의 내면사가 된다.


감자공주의 시선 — 조연이 주연이 되는 순간


나는 사진을 찍는다.

렌즈 속에서 언제나 빛은 중심에 있지만,

진짜 이야기는 그 옆의 그림자에 있다.

야마모토 나이루의 연기는 그 그림자였다.


그녀는 빛보다 조용히, 그러나 더 깊게 스며들었다.

그 침묵이 이 영화를 완성시켰다.

그녀는 조연이 아니라,

‘굿뉴스’의 심장 그 자체였다.


그녀의 눈빛은 우리에게 묻는다.

“진짜 적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 질문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긴 여운으로 남는다.


작가의 말


〈굿뉴스〉의 야마모토 나이루는

단 한 장면으로 영화의 결을 바꾼 배우다.

그녀는 폭발 대신 침묵으로,

분노 대신 체념으로,

그리고 고통 대신 진실로 세상을 연기한다.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

그녀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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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총을 들지 않았다. 대신 진실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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