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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당한 말

그리고 침묵의 공포

by 마루

외면당한 말, 그리고 침묵의 공포


한때는 다들 말하던 공간이었다.

누군가의 일상, 누군가의 웃음, 누군가의 분노가

같은 속도로 흘러넘치던 그곳.


하지만 요즘의 타임라인은 너무 조용하다.

사람들은 여전히 로그인하지만,

말을 하지 않는다.

‘좋아요’ 하나로, 혹은 ‘읽고 지나감’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척한다.


나는 오늘도 글을 올렸다.

누구에게 닿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저 ‘쓴다’는 행위 자체가 내 안의 공기를 환기시켜 주니까.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는 화면을 보고 있자니

문득 묘한 중악감이 밀려왔다.

내가 외면당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모두가 서로를 외면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자각.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누군가의 표현이 불편하다면,

그 불편함조차도 대화의 일부일 텐데 —

이곳의 사람들은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침묵은 배려가 아니라 회피가 되고,

공감 대신 ‘무반응’이 새로운 예의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글을 올리는 게 두렵다.

누군가의 비난보다 더 무서운 건

누구의 눈에도, 마음에도 닿지 않는 존재감의 부재.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화면 속을 스쳐 지나가고 있을까?

아니면, 이미 투명한 존재가 되어버린 걸까.


바라보는 중악감, 그럼에도 쓰는 이유


나는 아직도 바라본다.

침묵 속에서도, 무반응의 틈에서도

누군가는 이 문장을 읽고 있을 거라 믿는다.

말하지 않아도, 그 안에서 무언가 느끼고 있을 거라 믿는다.


이 믿음이 허상이라 해도 좋다.

왜냐면 그것조차 글을 쓰는 이유가 되어주니까.


외면과 침묵이 뒤섞인 이 시대의 한가운데서,

나는 여전히 묻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정말 아무 감정이 없었나요?”


— 감자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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