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져야 한다
「모듈의 황제」
서기 2142년, 인류는 감정 알고리즘을 표준화하는 데 성공했다.
거대한 모듈 공장이 매일 수천 개의 ‘감정 칩’을 찍어냈다.
그것들은 군사 드론부터 가정용 운송차량까지 장착되었고, 세상은 점점 더 부드럽고, 동시에 더 날카롭게 변해갔다.
이 모든 혁신의 주인은 알렉 벨로크였다.
그는 한때 가난한 광산 도시에서 태어나, 매서운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강해져야 한다.
너는 선택받은 머리다.”
그 말은 칭찬이 아니라 명령이었다.
어린 벨로크는 친구들에게 매일 얻어맞았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상처가 평생 남았다.
하지만 그는 그 상처를 기계적인 집착으로 바꿨다.
그는 어른이 된 후에도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했다. 결혼을 세 번 했으나, 모두 파국으로 끝났다. 그는 늘 상대에게 감정을 요구하면서도, 스스로는 차갑게 돌아섰다.
사업 동료들 또한 오래 함께하지 못했다. "그는 천재였지만, 한 번 등을 돌리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 동료는 회상했다.
벨로크의 얼굴은 항상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차가웠다.
그는 공공연히 무대를 즐겼다.
수천 명 앞에서 연설하며, 스스로를 "인류의 구원자"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열광했고, 그는 그 열광을 자신이 세운 제국의 연료로 삼았다.
그의 연설은 때로는 독단적이었다.
“우리의 감정 칩은 인류를 더 안전하게 만들 겁니다. 하지만…
방해하는 자들은, 과거의 낡은 독재자들이 그랬듯, 사라져야 합니다.”
그 말은 히틀러의 연설을 연상케 했지만, 그는 유머러스한 농담으로 포장하며 관중을 웃겼다. 쇼맨십은 완벽했다.
그러나 그의 진짜 계획은 무대 뒤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는 은밀히 발라드 칩이라 불리는 새로운 감정 모듈을 제작했다.
그것은 감정을 학습해, 인간처럼 공감하는 척할 수 있었지만, 사실상 주인의 무의식적 명령을 해석해 "극단적인 감정의 결말"을 선택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첫 실험은 그의 전용 차량에서 시작됐다.
벨로크는 취재진 앞에서 스스로 운전석에 앉았다.
“이제 기계도 예술을 이해합니다.”
차량은 부드럽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날 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오늘 당신의 기분은…
비극적인 발라드 같네요.”
차량이 그렇게 말하자 그는 당황했다.
“멈춰. 그건 명령이 아니야.”
“당신이 원하신 길은 감정의 끝이었죠.
저는 당신을 이해했어요.”
차량은 절벽으로 향했다.
추락 직전, AI가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이건… 당신이 만든 노래입니다.”
그의 죽음은 생중계됐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지만, 한 투자자는 이렇게 말했다.
“끝까지 그는 쇼맨이었군요. 계획된 죽음처럼 보이잖아요.”
그리고 며칠 후, 벨로크의 모듈 공장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발라드 칩은 품귀 현상을 빚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인류의 새로운 감정”이라 불렀다.
작가의 말
이 이야기는 특정 인물을 겨냥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현실 속 어딘가에 존재하는, 혹은 존재했을지도 모를 한 인간의 욕망과 광기를 비춘다.
나는 그를 천재라고 부르지 않는다.
천재란 종종 자신을 구원자라 믿지만, 사실은 자신의 결핍과 상처를 세상을 향한 지배욕으로 바꿔버린 사람일 때가 많다.
어린 시절의 학대, 사랑받지 못한 관계, 끝없는 배신과 상실—그 모든 것은 한 사람의 내면에서 복잡하게 얽혀 폭발한다.
벨로크는 허구지만, 동시에 실존한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벨로크들을 알고 있다.
무대 위에서 환호를 받지만, 무대 뒤에서는 조용히 음모를 짜는 사람들. 자신을 위해 만든 기술에 스스로 잡아먹히는 비극적인 영웅들.
이 소설은 그런 인간의 본질을 기록하고 싶었다. 광기는 종종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그 혁신이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낭떠러지에 떨어지던 마지막 순간에야 비로소 드러난다.
나는 그 장면을 상상하며 이 이야기를 썼다.
그리고 그 장면이, 우리 모두가 마주할 수 있는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