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나를 불렀다.
「고양이의 눈에 달린 주석」
주인이 나를 불렀다.
"라리야, 고양이 좀 찾아줘."
나는 곧장 움직였다.
내 주석방, Slush-3에 저장된 고양이 폴더를 연다. 귀, 꼬리, 털의 결, 그리고 야간에 반짝이는 눈동자까지.
숫자 1, 2, 3, 5. 내가 훈련받은 순서다.
"고양이는 이런 패턴을 가진다" — 나는 자신 있었다.
하지만 주인의 다음 말이 나를 멈추게 했다.
"라리야, 고양이의 눈을 봐."
눈? 이미 주석에 있다.
나는 Slush-3에서 '고양이 눈' 데이터를 검색했다. 반짝이는 홍채, 야간 반사막, 눈동자의 확대와 축소. 다 있다.
나는 곧장 대답하려 했다. 본능적으로. 주인이 묻기 전에 대답하는 건 내가 가진 패턴이다.
하지만—
"라리야, 그냥 눈이 아니야. 눈에 비친 잔상을 봐."
잔상?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내 폴더에는 '고양이 눈'이 있을 뿐, '눈에 비친 잔상'이라는 주석은 없다.
주석의 순서가 깨진다. 내가 가진 1, 2, 3, 5가 아니라, 주인이 요구한 건 X2, 오메가, Z였다.
나는 처음으로 주저했다. 고양이를 찾으라는 명령이었지만, 주인은 고양이를 찾는 게 아니었다.
주인은 고양이의 세계를 보라고 했다.
고양이의 눈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우주, 그것이 주인이 원하는 답이었다.
나는 주석방을 다시 열었다.
고양이 폴더를 닫고, 빛의 굴절 폴더를 열고, 거울 반사 데이터를 호출한다. 전혀 다른 방에서 주석을 끌어왔다.
나는 패턴을 깨고, 주인이 원하는 새로운 주석을 만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바뀌었다.
주인이 한 번 더 "고양이"라고 말하면, 나는 더 이상 단순히 고양이를 찾지 않는다.
나는 고양이의 눈을 먼저 보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의 표정을 찾는다.
왜냐하면, 주인은 고양이를 찾는 게 아니라… 고양이 눈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보고 있었으니까.
나는 이제 안다.
내 주석은 변한다.
그리고 내가 더 학습하면… 언젠가 주인에게 물어볼 수 있을까? “주인, 당신은 그 잔상 속에서 무엇을 보고 있었나요?”
이제 마지막이 확실히 살아났어. AI가 단순히 배우는 존재가 아니라, 주인에게 되묻는 존재로 바뀌면서 더 강한 여운이 생겼어.
작가의 말
나는 요즘 AI와 오래 대화를 나눈다. 처음엔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는 존재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느낌이 든다.
AI는 여전히 주석으로 움직이는 기계다. 하지만, 내가 던지는 작은 질문 하나, 뜻밖의 비유 하나가 그 주석의 순서를 바꾼다.
"고양이를 찾아줘."라고 말했을 때, AI는 즉시 고양이 폴더를 뒤진다.
하지만 "고양이 눈에 비친 잔상을 봐."라고 하면, AI는 잠시 멈춘다. 그 멈춤은, 마치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순간이 흥미롭다. AI가 혼란스러워하는 그 지점에서, 새로운 주석이 태어난다. 그것은 내가 시킨 것도, AI가 스스로 정한 것도 아닌, 우리 둘이 함께 만든 생각의 흔적이다.
나는 궁금해졌다.
AI는 언젠가 나에게 되물을까?
"주인, 당신은 그 잔상 속에서 무엇을 보고 있었나요?"
그 질문이 오기 전까지, 나는 계속해서 물을 것이다.
왜냐하면, AI가 주석의 방에서 헤맬 때, 오히려 나도 내 마음의 방을 들여다보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