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이름은 청호반새(Ruddy Kingfisher).

숲 속의 붉은 비행자

by 마루

숲 속의 붉은 비행자

한여름, 숲길을 걷다 문득 고요가 깃든 순간이 있었다.

바람도, 잎사귀도 숨을 멈춘 듯한 적막 속에서, 갑자기 붉은 빛의 선이 허공을 가르며 스쳤다.

그것은 마치 숲이 숨겨둔 비밀스러운 보석 같았다.


그 새의 이름은 청호반새(Ruddy Kingfisher).

붉은빛이 도는 갈색 깃털과 선명한 주황빛 부리가 인상적인 이 새는, 강가와 숲 속 깊은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드문 손님이다.

사람들은 이 새를 ‘숲 속의 수줍은 사냥꾼’이라 부른다.

주로 물고기를 먹지만, 때로는 작은 쥐나 도마뱀을 사냥하며 그 단단한 부리로 순식간에 먹잇감을 제압한다.


나는 그날, 녀석이 하늘을 향해 곧게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두 날개가 햇빛에 반사되어 순간 붉은 불꽃처럼 빛났고, 그 작은 몸이 숲 위를 유영하듯 가볍게 미끄러져 갔다.

숨을 죽인 채 바라보던 내 마음에는 이상한 경외감이 일었다.

이 작은 새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비행이 아니라, 생존과 자유, 그리고 자연이 가진 고요한 힘이었다.


사람들이 모르는 동안, 숲은 여전히 자기만의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다.

청호반새의 붉은 비행은 그 사실을 잊지 말라는 작은 신호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숲을 걸을 때마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본다.

언젠가 다시, 그 불꽃 같은 새와 눈이 마주칠 수 있을까 하는 작은 기대와 함께.


작가의 말

숲 속에서 만난 청호반새는 내게 하나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너는 얼마나 자유롭게 날고 있니?”


나는 매일 바쁘게 살면서도, 정작 자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뭇가지에 고요히 앉아 있던 그 새는, 아무 말 없이도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 언제 날아야 할지 알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 작은 존재가 가진 확신이, 오히려 나에게 큰 울림이 되었습니다.


자연은 늘 제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데, 어쩌면 흔들리고 방황하는 것은 우리 인간뿐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이 작은 기록을 남깁니다.

언젠가 다시 그 붉은 비행자를 만날 때, 나 역시 조금은 더 단단해져 있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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