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여러분, 혹시 부산 민락동이라는 동네 이름,
왜 ‘민락’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요즘은 회센터와 바다 풍경으로 더 익숙한 곳이지만,
예전 이 동네에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여들던 우물 하나가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수도가 흔치 않던 시절,
민락동 시장 안쪽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늘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던 우물터가 하나 있었죠.
장 보러 나온 아낙네들은 빈 양동이를 들고 서 있었고,
바다에서 막 돌아온 어부들은 손등에 묻은 소금기를 씻으며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괜히 물 한 바가지 뜨러 왔다가
사람 구경만 실컷 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그 우물은
사람을 붙잡는 힘이 있었던 셈이죠.
무엇보다 우물 물맛이 좋았다고 합니다.
“이 물 마시면 속이 편해진다”,
“여기 물로 밥 지으면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 말들이 시장 골목을 따라 퍼져 나갔죠.
사람이 모이니 이야기가 모이고,
이야기가 모이니 소문도 함께 모이기 시작합니다.
소문이라는 게 참 묘합니다.
어느 날은
“저 우물 근처에서 눈이 마주쳐 첫눈에 반해
결국 혼인까지 갔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또 어느 날은
“밤늦게 우물가에 가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믿지 않는 척하면서도,
막상 우물 앞을 지날 때면
괜히 발걸음이 느려졌다고 하죠.
그래서일까요.
사람들이 이 동네를 부를 때
그냥 시장 이름이 아니라,
“사람이 밀리고, 정이 머무는 곳”이라 해서
‘민락동’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물론 이건
구청 문서에 적힌 공식 기록은 아닙니다.
사람 입에서 입으로 내려온 이야기죠.
하지만 동네 이름이라는 게
꼭 문서로만 만들어지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우물 하나,
그 옆에서 오가던 사람들의 수다,
괜히 한 바가지 더 뜨게 되는 발걸음.
그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동네 이름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이야기가 됩니다.
오늘은 밀락동 우물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이런 동네는 전국에 참 많습니다.
서울 고속터미널 앞에서
밤새 버스를 기다리며 나누던 이야기들,
안면도에서 밤마다 꼬치를 굽던 사람들 사이로 퍼지던 웃음소리,
섬마을마다 하나씩 있던 우물과
그 옆에서 시작된 작은 사랑 이야기까지.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다른 동네 이름 속에 숨은 이야기를
꺼내보겠습니다.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