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은 글을 써주지 않는다.
Keep의 노란 메모 하나.
— Brunch 소설형 정리
그녀는 새벽 두 시에 눈을 떴다.
꿈에서 누군가 분명히 말했다.
무엇을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중요했다는 감각만 남아 있었다.
놓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침대 옆에 놓인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잠에 젖은 얼굴이 검은 화면에 비쳤다.
그녀는 습관처럼 노란 아이콘을 눌렀다.
Google Keep.
커서가 깜빡였다.
그녀는 눈을 반쯤 감은 채 타이핑했다.
기차 소리 = 낭만 아님, 불안일 수도
문장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아침이 오기 전에 사라질 것이었다.
꿈처럼.
그래서 일단 붙잡아 두었다.
지하철 안이었다.
창밖으로 터널의 어둠이 연속으로 스쳐 갔다.
그녀는 이어폰을 낀 채 서 있었다.
옆 사람의 어깨가 부딪혔고,
사과도, 눈짓도 없었다.
서울의 평범한 출근길.
그때 문득 떠올랐다.
왜 사람은 잘생긴 얼굴보다 리듬에 끌릴까
그녀는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은 채
다른 손으로 Keep을 열었다.
맞춤법은 신경 쓰지 않았다.
속도가 더 중요했다.
여기는,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은 곳이니까.
카페에서 원고를 쓰던 날이었다.
노트북 화면에는 빈 문서만 열려 있었다.
커서가 깜빡이는 소리만
두 시간째 이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노란 메모들이 타일처럼 늘어서 있었다.
골목은 좁을수록 기억이 선명하다
커피보다 커피 향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
그 사람은 웃을 때 눈이 먼저 웃었다
날것이었다.
정리되지 않았고,
불친절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한 문장이 눈에 걸렸다.
잊지 않으려고 쓰는 게 아니라,
기억하고 싶어서 쓴다.
그녀는 천천히 노트북 앞으로 돌아왔다.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날 밤,
그녀는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조회수는 많지 않았고,
댓글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글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노란 메모 하나.
제목도 없던 한 줄.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그녀는 생각했다.
Keep은 글을 써주지 않는다.
다만,
사라지기 직전의 것들을 붙잡아 둔다.
글이 태어나기 전,
숨을 고르는 방.
다음 날 아침,
그녀는 다시 Keep을 열었다.
새 메모를 만들었다.
아직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커서만 깜빡이고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 노란 방은
언제나 기다려줄 테니까.
아직 이름 없는 문장들이
태어날 준비를 마칠 때까지.
웹 버전: https://keep.google.com
Android 앱: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google.android.keep
iOS 앱:
https://apps.apple.com/app/google-keep-notes-and-lists/id102920787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