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전소고기국밥
통영에서의 밤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요금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선택한 숙소는, 밤이 깊어질수록 바람 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벽 틈새를 타고 들어온 위풍은 잠자리를 여러 번 깨웠고, 이불 속에서도 몸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여행지에서의 추위는 늘 과장된다. 낯선 공간, 낯선 소리, 그리고 텅 빈 방이 주는 고요가 한기를 더 키운다.
아침이 밝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풍경도, 일정도 아니었다.
오직 하나, 뜨거운 국물이었다. 속부터 데워주지 않으면 하루를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그렇게 발걸음이 향한 곳이 육전국밥 통영시청점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온도가 달라졌다.
깔끔한 내부, 분주하지만 정돈된 움직임, 그리고 ‘제대로 만든 한 끼’라는 문구가 괜히 믿음직하게 느껴졌다. 메뉴판을 오래 들여다볼 필요도 없었다. 이런 아침엔 생각이 단순해진다. 육전소고기국밥, 그 한 줄이면 충분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에 놓인 그릇에서 김이 올랐다.
빨간 국물 위에 노란 계란 옷을 입은 육전이 가지런히 올라가 있다. 보기만 해도 속이 먼저 반응한다는 말이 이런 걸까. 젓가락으로 육전을 들어 올리니 생각보다 묵직하다. 국물을 머금은 육전은 고소했고, 부드러웠다. 한 입, 그리고 바로 국물 한 술. 밤새 웅크리고 있던 속이 천천히 풀린다.
곁들여 나온 깍두기와 김치도 과하지 않다.
아삭한 소리가 국밥의 진득함을 정리해 주고, 양파 절임은 다음 숟가락을 자연스럽게 부른다. 셀프 바에서 반찬을 조금 더 가져오는 일조차 귀찮지 않다. 이런 아침엔, 천천히 먹는 것도 여행의 일부다.
그릇이 점점 비워질수록, 마음도 함께 채워진다.
춥고 허전했던 밤은 어느새 멀어지고, 다시 길을 나설 수 있는 힘이 몸 안에 생긴다. 특별한 감동이나 과장된 맛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제 역할을 다하는 따뜻한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
통영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됐다.
육전국밥 한 그릇 덕분에, 오늘의 여행은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