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항 앞, 투다리에서 만난 따뜻한 위로

오댕탕

by 마루

통영항 앞, 투다리에서 만난 따뜻한 위로

​겨울 바다의 낭만이 넘실대는 통영. 항구 특유의 비릿하면서도 활기찬 공기가 코끝을 스칠 때, 차가워진 몸을 녹여줄 무언가가 간절해진다.

낯선 여행지에서 익숙한 간판, '투다리'의 붉은 불빛을 발견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통영항 바로 앞에서 말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훈훈한 온기와 함께 정겨운 분위기가 반겨준다.

투박한 나무 테이블과 붉은색 의자, 그리고 사람들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여행의 긴장을 스르르 풀어놓게 한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고민할 것도 없이 '모듬 오뎅탕'을 주문했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고 온 여행객에게 이보다 더 완벽한 선택은 없을 터였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다란 뚝배기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푸짐하게 담긴 꼬불이 오뎅과 길쭉한 오뎅, 탱글탱글한 삶은 달걀, 그리고 그 위를 장식한 팽이버섯과 홍고추. 보기만 해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비주얼이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국물에서 퍼지는 구수한 향기가 식욕을 자극한다.

​먼저 국물 한 숟가락을 조심스럽게 떠넘겼다. 뜨끈한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며 얼었던 몸속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데워주는 기분이다.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듯한 깊고 진한 육수, 거기에 오뎅에서 우러나온 감칠맛이 더해져 숟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다.

통영 앞바다의 싱그러움이 이 국물 안에 모두 녹아든 것만 같다.

​탱글탱글한 오뎅 한 꼬치를 집어 들어 간장에 살짝 찍어 베어 물었다.

쫄깃한 식감과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맛. 차가운 맥주 한 잔을 곁들이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함께 온 사람과 오뎅 꼬치를 하나씩 나눠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 통영의 밤은 더욱 깊어만 간다.

​통영항 앞 투다리에서 만난 오뎅탕은 단순한 술안주가 아니었다.

그것은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따뜻한 위로이자, 차가운 현실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표 같은 존재였다.

뚝배기 바닥이 보일 때쯤, 배는 든든해졌고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다시 밖으로 나오니 통영항의 밤바다는 여전히 검푸르게 일렁이고 있었지만, 더 이상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투다리 오뎅탕의 따뜻한 온기가 내 안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시 통영을 찾는다면, 주저 없이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리운 그 맛과 분위기, 그리고 따뜻했던 위로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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