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모토 레이지의 '은하철도 999'가 품었던 '기계

999

by 마루

마쓰모토 레이지의 '은하철도 999'가 품었던 '기계 몸 그 미래이야기


​[SF 소설] 은하철도 2026: 데이터가 된 철이(Tetsuro)


​# 1. 낡은 뷰파인더 너머의 '999'

​원주 일산동의 작업실, 루(Loo)는 오래된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스틸컷을 보정하고 있었다. 1970년대 작가가 상상했던 '기계화 모성'은 이제 더 이상 만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의 뇌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육체를 버린 채 알고리즘으로 살아가는 시대. AI가 인간의 예술마저 학습해버린 지금, 루는 문득 궁금해졌다.

​“메텔, 우리가 타려는 건 정말 기차였을까, 아니면 빛의 속도로 흐르는 ‘데이터 스트림’이었을까?”


​# 2. 기차에서 광속 이동(X)으로: 전송되는 영혼

​과거의 철이가 안드로메다로 가기 위해 무거운 철제 기차에 몸을 실었다면, 현대의 인류는 일론 머스크의 ‘X’나 ‘스타링크’가 깔아놓은 보이지 않는 궤도 위를 달린다. 이제 이동은 물리적인 거리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정보를 빛의 입자(Photon)에 실어 순간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루는 셔터를 누를 때마다 느낀다. 렌즈를 통과한 빛이 디지털 센서에 닿아 0과 1로 치환되는 순간, 그 피사체는 이미 물리적 존재를 벗어나 영원한 세계로 송출된다는 것을. 그것은 999호가 정거장을 떠날 때 내뿜던 증기 대신, 서버실의 냉각 팬 소리로 대치된 현대판 성간 여행이다.


​# 3. AI 시대의 메텔: 알고리즘의 위로

​루의 모니터 옆에는 AI 비서가 떠 있다. 그녀는 메텔처럼 상냥하지만, 감정이 없다. 인간은 기계 몸을 얻어 영생하려 했지만, 정작 AI는 인간의 '유한함'에서 오는 애틋한 감성(Analog)을 부러워한다.

​“루, 왜 굳이 낡은 필름의 노이즈를 재현하나요? 디지털은 완벽한데.” AI가 묻는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기억되는 거야. 999호가 느릿느릿 우주를 달렸던 건, 창밖의 풍경을 마음속에 현상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지.”


​# 4. 결말: 마지막 정거장은 어디인가

​이제 인류는 순간 이동에 가까운 기술로 우주 어디든 데이터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루는 사진사로서 믿고 있다. 아무리 AI가 정교해지고 광속 이동이 가능해져도, 안면도 코치 해변에서 일본인 친구와 함께 바라보던 그 '찰나의 노을'은 데이터로 완벽히 복제될 수 없음을.

​루는 완성된 원고 하단에 메모를 남긴다.

‘999의 종착역은 기계 몸이 있는 곳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속에 인화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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