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낯선 도시, 길을 잃고 헤매던 나는 오래된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마치 나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두 마리의 흰 고양이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녀석들의 털은 도시의 먼지를 뒤집어쓴 채였지만, 그 눈빛만은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밤 그 골목을 찾았다. 어느덧 익숙해진 골목 어귀에는 나를 반기는 고양이가 세 마리로 늘어나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하얀 존재들은 고단한 하루를 마친 나에게 말없는 위로를 건네주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내 마음을 사로잡은 녀석이 있었다.
깊고 투명한 눈동자를 가진 그 아이는 마치 내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눈빛에 매료되어 한참을 바라보곤 했다.
어느 날 밤, 꿈속에서 나는 그 하얀 고양이를 만났다.
녀석은 어두운 골목길이 아닌,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숲속에 있었다.
이끼 낀 통나무 위에 우아하게 앉아 나를 바라보는 모습은 마치 현실의 모든 근심을 잊게 해주는 마법 같았다.
꿈에서 깬 나는 친구와 함께 숲을 찾았다. 그리고 꿈에서 본 것과 똑같은 하얀 고양이를 품에 안았다. 따뜻한 체온과 부드러운 털의 감촉이 전해져 왔다.
고양이는 우리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준 작은 안내자였다.
고양이들과 함께한 시간들은 메말랐던 내 마음에 단비를 내려주었다.
숲속에 앉아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는 어느새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내 품에는 또 다른 작은 생명이 깃들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을 가진 주황색 아기 고양이. 하얀 고양이들이 내게 주었던 사랑을 이제는 내가 이 작은 녀석에게 나눠줄 차례였다.
어느 평화로운 오후, 나는 주황색 아기 고양이를 안고 숲속 통나무에 앉아 있었다.
문득 시선을 돌리자, 저 멀리 나뭇가지 위에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우리의 행복을 축복해 주려는 듯, 따뜻하고 온화한 눈빛으로.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만난 모든 인연들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며,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또 다른 사랑으로 이어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