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드 속 작은 사진 한 장. 문 손잡이에 걸린 컵라면

ごあいさつ

by 마루

스레드 속 작은 사진 한 장.

문 손잡이에 걸린 컵라면.
투명한 봉투 위에 적힌 글씨,
“ごあいさつ.”

ChatGPT Image 2026년 1월 29일 오후 02_29_53.png

이사 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한국에서는 백설기나 시루떡을 돌린다.
예전엔 그랬다.
요즘은 잘 보이지 않지만,
어릴 적엔 분명히 있었다.

이웃에게 뭔가를 건네며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여기 사람 살아요.”
“조용히 살게요.”
“잘 부탁해요.”

사진을 보면서 웃음이 났다.
일본은 라면이네.

백설기 대신 컵라면.
떡 대신 면.

형식은 다르지만
감정은 같다.

낯선 공간에 들어왔을 때 느끼는
작은 긴장.
문 하나를 사이에 둔 사람에게
조금 먼저 손 내미는 용기.

누군가는 말한다.
요즘 세상에 누가 저런 걸 먹겠냐고.
무섭다고.
의심된다고.

맞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저 사진이 좋았다.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건네고 싶었다”는 마음이 보여서.

요즘 우리는
서로를 피하는 법은 잘 배웠지만,
다가가는 법은 거의 잊었다.

초인종을 누르지 않아도,
대화를 하지 않아도,
문 앞에 걸린 봉투 하나로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

조용한 인사.

크게 친해지자는 것도 아니고,
부탁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존재를 알리는 정도.

그 정도의 거리.

한국의 떡이든,
일본의 라면이든,
어느 나라든 상관없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항상 이런 방식이 있었다.

눈에 띄지 않게,
소리 없이,
조금 따뜻하게.

사진 한 장 보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아,
우리만 그런 게 아니구나.

어디든
비슷한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이게 문화의 차이가 아니라,
사람의 공통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설기든 라면이든,
결국 건네는 건 음식이 아니라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마음.

그 마음이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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