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게장
온천을 다녀오고 나면 몸이 먼저 풀리고, 그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밥이 생각난다.
뜨거운 물에 오래 몸을 담그고 나오면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속이 편한 한 끼가 더 끌린다.
그래서 예산에 있는 승희꽃게간장게장아구찜으로 향했다.
테이블에 먼저 올라온 건 돌게장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노른자 가득한 간장게장과는 조금 다르게, 이 돌게장은 살로 먹는 스타일이다.
게딱지를 열어보면 속이 비어 있지 않고 살이 꽤 단단하게 차 있다.
손으로 살을 떼어내다 보면 물기 없이 깔끔하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돌게장 살을 한 점 떼어서 밥 위에 올려본다. 양념이 많이 묻어나지 않아서 색도 과하지 않다.
그대로 한 숟갈 먹어보면 짠맛이 먼저 튀지 않고, 담백한 맛이 먼저 들어온다.
자극적인 간장게장이 아니라 살맛 위주의 게장이라서 천천히 먹게 된다. 몇 숟갈 먹다 보면 밥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그러다가 간장게장을 집어 든다. 이번에는 딱 열자마자 노른자가 보인다.
색부터 진하고, 숟가락을 넣으면 부드럽게 풀린다. 노른자를 밥 위에 살짝 올리고 그 위에 게살을 얹는다. 따로 비빌 필요 없이 그대로 먹는다.
입에 넣는 순간 느껴지는 건 짠맛보다는 감칠맛이다.
노른자의 고소함이 먼저 오고, 뒤에서 간장이 받쳐준다. 비린 맛 없이 깔끔하다.
아까 먹었던 돌게장과는 또 다른 방향의 맛이라 번갈아 먹게 된다. 돌게장은 담백하고, 간장게장은 조금 더 깊다.
중간중간 아구찜도 함께 먹는다. 빨간색이라 매울 것 같지만 양념이 과하지 않다. 맵기보다는 칼칼한 쪽에 가깝고, 양념 맛보다 아구 살의 질감이 먼저 느껴진다.
게장 먹다가 아구찜 한 점, 다시 게장. 이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이 집 음식은 센 맛으로 한 번에 때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먹을수록 편해지는 쪽이다.
처음보다 두 번째, 세 번째 숟갈이 더 좋다. 그래서 천천히 먹게 되고,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식사가 길어진다.
온천 다녀온 뒤에 먹기에는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몸이 풀린 상태에서 부담 없는 간장게장과 돌게장, 그리고 과하지 않은 아구찜까지. 화려한 구성은 아니지만, 잘 먹었다는 느낌은 분명하게 남는다.
예산 승희꽃게간장게장아구찜.
온천 후 식사로, 조용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