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스웨터
창가에 걸린 노란 스웨터를 본다.
입고 있는 사람이 없는데도, 방 안이 조금 따뜻해진다.
햇빛은 쨍하지 않고,
빨랫줄에 걸린 스웨터는 바람을 기다리지도 않는다.
그저 거기 있다.
살짝 말라가며, 천천히.
뽀송해진 옷에서 나는 향은
특별한 이름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어디선가 돌아온 느낌이다.
어릴 때의 집,
말없이 안아주던 온기 같은 것.
이 스웨터는 누군가의 것이었을 것이다.
선물 받았던 날도 있었고,
괜히 꺼내 입었던 저녁도 있었겠지.
추운 날이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조금 헐거운 날.
옷은 말을 하지 않지만
시간을 기억한다.
주름 사이에 남은 망설임,
소매에 묻은 체온 같은 것들을.
오늘 저녁,
이 스웨터를 입고 차를 한 잔 끓인다.
책을 펼치고,
몇 페이지쯤 읽다 멈춘다.
창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게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