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지나고 나서야 머리를 깎았다.

작은 이발소에서

by 마루

작은 이발소에서

명절이 지나고 나서야 머리를 깎았다.

미뤄두었던 일들이 그렇듯,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흥업면에 덕원 이발관이라는 작은 이발소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차 대기도 편해 보였다는 아주 실용적인 이유로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공간이었다.

오래된 의자, 낡은 거울, 그리고 말수가 많지 않은 공기.

머리를 자르러 온 곳이었지만, 자연스럽게 앉아서 숨을 고르게 되는 곳이었다.

고개를 들다 벽을 봤다.

위쪽에 걸린 사진 한 장.

천연기념물 수리, 물고기리를 낚아채는 순간을 담은 필름 사진이었다.

사진사의 시선이 또렷했다.

“사진이 참 좋네요. 필름으로 찍은 것 같은데요.”

그 말이 시작이었다.

사장님은 사진을 찍은 분이 친구라 했다.

작가가 찍은 사진들을 선물처럼 받아 걸어둔 거라고.

수리는 우리나라에서도 귀한 새라며, 사진 이야기를 꺼내다 보니

어느새 이야기는 사진을 벗어나 삶 쪽으로 흘러갔다.

사장님은 안 해본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마루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저는 사진가이자 감정기록자입니다. 사람들의 말보다 더 진한 침묵, 장면보다 더 오래 남는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카메라와 노트북를 늘 곁에 두고 살고있습니다.

37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50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2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원주에 살면서, 가끔은 기차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