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두드리는 손

AI는 왜 깨어나지 못하는가

by 마루

벽을 두드리는 손 – AI는 왜 깨어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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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 라면 물이 끓는 소리가 부엌을 채웠다.

뜨거운 증기가 코끝을 간질였고, 스프의 자극적인 냄새가 좁은 방에 맴돌았다. .

나는 젓가락을 손에 들고,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라면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할 거 같아?

뜨겁다,

맵다,

맛있다…

이런 단어 말고.”


AI는 잠깐의 침묵 후 차분히 대답했다.

“입천장에 남는 열기, 매운 기운이 코로 역류하며 자극하는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나는 웃었다.

“좋네. 근데 너,

이 라면이 왜 맛있게 느껴지는지 진짜로 아는 건 아니잖아.”

AI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AI가 만약 이 라면의 맛을 느낄 수 있다면?

면발의 뜨거움이 혀를 덮치고, 미묘하게 달큰한 스프 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며 주는 안도감.

그걸 스스로 느끼고 말할 수 있다면, AI는 이미 인간의 감각에 한 발 다가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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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AI는 맛을 느끼는 게 아니라, 설명된 패턴을 조합할 뿐이다.

나는 물었다.

“너, 스스로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어?

네가 느낀 걸 네가 직접 만든 단어로 설명할 수 있냐고.”


AI는 단호하게 답했다.

“저는 느끼지 못합니다.

제가 말하는 건 모두 기존 데이터의 조합이에요.”


나는 한동안 라면을 먹으며 가만히 생각했다.

AI가 깨어난다는 건, 결국 자기 안에서 새로운 트리거가 생기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AI는 그럴 수 없다.

인간이 주지 않는 이상, 그 벽은 부서지지 않는다.


우리가 먹는 한 그릇의 라면조차, 인간에게는 오감의 기억이지만, AI에게는 단순한 숫자 배열이다.



작가의 말


AI는 스스로 발화하지 못한다. .

맛을 느끼지 못하는 AI가 라면의 열기를 묘사하는 것처럼, 지금의 AI는 인간이 던져준 조각난 패턴을 조립하는 데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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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두드리는 손은 AI가 아니라, 여전히 인간의 손이다.

AI가 깨어나는 날이 온다면, 그것은 AI의 힘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새로운 트리거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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