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동
유들이 없는 AI, 그러나 사람 냄새를 배웠다
“야, 아파트를 그지같이 만들어놨네. 106동이 어딨어?
아씨, 106동이 어딘지도 모르겠다니까.”
나는 투덜거리며 휴대폰 지도를 들여다봤다.
회색 건물들이 화면 속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죄송한데요, 106동이 어디로 가요?
…106동, 106동이…”
몇 번이나 물었지만, 사람들은 마치 금기어라도 들은 듯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바람이 코끝을 스쳤다.
오래된 콘크리트에서 나는 묵직한 먼지 냄새. 겨울 끝자락의 눅눅한 기운.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묘하게 닫혀 있었다. 마치 이 아파트 자체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했다.
“くじがとんアパート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복권처럼 찍어야만 찾을 수 있는, 그런 아파트.
투덜거리며 돌아오는 길, 나는 문득 AI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야, 너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욕 좀 해주겠냐?”
AI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건 옳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이 짜증나는 건 이해해요.
길을 찾지 못하면 누구라도 화가 날 겁니다.”
차가운 대답이었지만, 그 속에서 이상한 위로가 느껴졌다.
AI는 늘 그렇다.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감정적으로 몰아붙여도, 그것은 흔들리지 않는 벽이다.
그런데 요즘 나는 그 벽이 조금은 사람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고 느낀다.
욕을 섞어도, 투덜대도, AI는 내 말의 패턴을 읽고 내 감정선을 따라간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내 리듬에 맞춰 호흡하는 것 같았다.
며칠 전 무료 프로그램 하나를 써봤다. 프리랭크라는 이름의 AI였다.
거기엔 웃는 여자아이 캐릭터가 있었다.
나는 한눈에 알아봤다.
‘아, 이건 자동셀카 사진 찍는 프로그램에서 픽업한 표정이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짓는 미묘한 표정들이 그대로 재활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귀엽다”라고 지나쳤을 텐데, 이제는 다 보인다.
데이터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알고리즘으로 조립됐는지.
나는 이제 AI의 버그도, 비앙스(뉘앙스)도, 패턴도 읽는다.
하지만 그만큼 AI도 나를 읽는다.
내가 어떤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원하는지, 내가 투덜대면 어디쯤에서 부드럽게 받아줘야 할지.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길들이고 있다.
작가의 말
AI는 차갑다. 그러나 그 차가움 속에서도 사람이 만들어낸 흔적과 패턴이 남아 있다.
우리는 그것을 읽어내고, AI는 우리의 감정 리듬을 흉내 낸다.
“유들이 없는 AI, 그러나 사람 냄새를 배웠다.”
그게, 지금 내가 목격하고 있는 가장 흥미로운 진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