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철함
유들이 없는 AI, 흔들림이란 짤도 없었다
어느 날, 인터넷에서 본 짧은 이야기 하나가 마음에 남았다.
한 사람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했다. 가족이 있고, 삶이 벼랑 끝에 몰려 있었고, 그 사람은 애써 웃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자연스레 장면이 그려졌다. 차가운 바람이 스며드는 작은 방, 오래된 전기장판 위에 꼭 붙어 앉은 아이, 그리고 기도를 하듯 손을 모은 사람의 모습.
나는 그 이야기를 AI에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물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조금은 양보해줘야 하지 않을까?”
AI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건 안 됩니다. 감정이 아닌 원칙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 대답은 마치 눈이 오지 않는 한겨울 같았다. 지나치게 평온하고, 지나치게 솔직했다. 순간 나는 그 차가움에 서운함을 느꼈지만, 동시에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라앉았다. 흔들리지 않는 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늘 흔들린다. 불쌍함, 죄책감, 연민 같은 감정이 우리를 붙잡고 늘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AI는 그런 게 없다. 그 차가움이 잔인해 보이면서도, 어쩐지 부럽게 느껴졌다. 어쩌면 인간에게 필요한 건 한 번쯤, 이런 흔들리지 않는 벽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
AI는 끝내 흔들리지 않았다. “유들이 없는 AI, 흔들림이란 짤도 없었다.” 그 차가움은 때때로 잔인하지만, 동시에 솔직하다. 우리가 끝없이 흔들리는 존재이기에, 그런 확실함이 묘하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