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낡은 무인텔 촬영을 왔다.

빛이 닿지 않는 구석마다

by 마루

오늘은 오랜만에 낡은 무인텔 촬영을 왔다.

인테리어가 오래되어 상호가 바뀌었고, 약간의 리모델링된 벽과 바닥은 여전히 냄새를 품고 있었다.

오래된 공기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벽지는 세월의 손톱자국처럼 울퉁불퉁했고,

바닥은 걸음을 따라 작은 숨소리를 냈다.


낡았지만, 그 안에는 묘한 정적이 있었다.

빛이 닿지 않는 구석마다

이곳을 스쳐 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아 있는 듯했다.

나는 창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바깥에서 들어온 바람이

커튼을 흔들었고,

먼지 섞인 햇빛이 바닥 위에

가느다란 금빛 무늬를 그렸다.


세련되진 않지만,

이곳에는 오히려 사람 냄새가 남아 있었다.

익명 속에 숨은 얼굴들,

그들이 놓고 간

작은 시간의 조각들이 여전히 이 방에 걸려 있었다.


낡은 공간은 숨겨진 얼굴을 가진다.

카메라가 닿지 못하는 순간들까지,

그곳은 묵묵히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들어섰을 때, 나는 창문을 닫은 채로 한 장을 찍었다.

그런데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무언가 이 공간이 가진 숨결이 막혀 있는 듯했다.


그래서 창문을 열었다.

빛이 들어왔다.

커튼 틈새로 스며든 낮의 부드러운 빛이 흰 침구 위에 살짝 물결처럼 퍼졌다.

그 순간, 이 방은 마치 새로 숨 쉬기 시작한 것 같았다.

나는 카메라를 들었다.

이 방이 전하려는 이야기를, 내가 조금만 더 밀어주면 될 것 같았다.


사람을 넣을까, 오래 고민했다.

이곳의 가장 자연스러운 시선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러다 상상 속에서,

음료와 모찌를 든 한 여인이 침대에 조용히 앉았다.

그녀는 환하게 웃지 않았다.

오히려 무뚝뚝한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 시선이, 이 공간의 빛과 어울려 이상할 만큼 따뜻했다.

어쩌면 이 방은 웃음이 아니라,

조용히 머물러 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 상상을 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이 빛과 이 순간이, 이 방의 가장 예쁜 얼굴이었다.

작가의 말

빛이 방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공간은 표정을 가진다.

오늘 내가 찍은 것은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잠시나마 숨 쉬는 방의 표정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라면 한 그릇과 군인의 눈, 그리고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