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한 그릇과 군인의 눈, 그리고 냄새.

군인

by 마루

라면 한 그릇과 군인의 눈, 그리고 냄새.

오늘은 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지만, 그 틈을 뚫고 나오는 태양은 칼날처럼 강렬했다. 춘천으로 향하는 출장길, 나는 잠시 홍천강시 휴게소에 들렀다. 차에서 내리자, 한낮의 뜨거운 아스팔트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그 냄새는 마치 오래 달궈진 철판에 물을 흘린 듯, 미묘한 열기와 습기가 뒤섞여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허기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점심은 나중에 제대로 먹을 생각이었지만, 몸은 이미 따끈한 국물의 향을 찾고 있었다. 결국 휴게소 식당에서 4,000원짜리 라면을 주문했다.


라면이 끓는 동안, 습한 공기 속에 퍼지는 인스턴트 스프의 냄새가 나를 덮쳤다. 뜨거운 국물에서 피어오르는 증기가 김이 서린 유리창처럼 내 앞을 뿌옇게 가렸다. 스프의 짠내와 고추기름의 기름진 향이 섞여, 퇴근길 기름때 묻은 작업복에서 풍기는 오래된 식당 냄새와도 닮아 있었다.

나는 테이블에 앉아 무심코 편의점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걸린 군인 광고판이 내 시선을 잡았다. 위장크림이 바르게 칠해진 그의 얼굴은 정돈된 흙냄새와도 같았다. 야외에서 갓 묻힌 흙 위로 젖은 나무잎이 흘린 은근한 향이 연상됐다. 그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그 차가움 속에 땀과 흙이 배어 있을 것 같은, 실전의 냄새가 스며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광고판 앞에 다른 안내판이 걸려 있어 구도가 엉성했지만, 틈새로 비집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았다.


그 순간, 내 마음속에서도 한 번 더 셔터가 눌렸다. 라면의 뜨거운 수증기와 군인의 위장크림이 섞인 상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한쪽에서는 매캐한 고추기름 냄새가 올라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야전의 흙냄새가 어른거렸다. 그 둘이 한순간 묘하게 겹쳤다.


나는 마음속에서 그 군인을 다시 그렸다.

‘이 군인 아저씨, 조금 더 멋있게 찍고 싶다. 조금 더 냄새가 배어 있는 사람답게.’

그 생각이, 오늘 하루의 가장 강렬한 한 컷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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