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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 Feb 04. 2023

스펙은 충분하다, 이제는 내편 만들기에 투자할 때다


신입 직원들의 화려한 스펙을  때마다 내가 입사하던 당시와 비교하며 깜짝깜짝 놀란다. 단출한 스펙으로 취업할 수 있었던 '라떼시절'이 그저 다행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고가(高價)의 화려한 스펙으로 무장한 MZ세대의 업무 적응 속도는 이전 세대가 신입이던 때에 비해 확실히 빠른 편이다. 특히, 유창한 외국어 구사와 자신감 넘치는 발표 실력은 선배 직원들을 잔뜩 긴장하게 만든다.


다만, 눈부시게 빛나는 스펙에 비해 대인관계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주관이 뚜렷하고 거침없이 자기 의사를 피력하는 것은 좋지만,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해 동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 상사와의 갈등으로 이 팀 저 팀을 옮겨 다니거나, 심한 경우에는 직장을 아예 그만두기도 한다.  

온라인에 익숙한 데다가 학창 시절 내내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느라 다양한 사람들과 대면으로 교류할 기회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데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소극적인 관계와 적극적인 관계인데, MZ세대 신입 직원들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에서의 인간관계 대부분이 소극적인 유형에 해당된다.


소극적인 관계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형성되는 자연스러운 인간관계를 말하는데, 인연 3종 세트(학연, 지연, 혈연)가 대표적이다. 어떤 목적과 의도에 따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관계가 아니라, 오며 가며 만나 세월 속에 맺어지는 인연이다.


반면에, 적극적인 관계는 분명한 목적과 의도가 개입된 인위적인 인간관계를 말한다. 결혼, 비즈니스 파트너, 팬클럽, 동호회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직장에서 만나는 동료들은 어떤 유형에 속할까?

두 가지 유형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소극적인 인간관계를 맺으며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회사의 비전과 조건을 보고 입사를 한 것이지 그 안에 구성원들이 마음에 들어서 회사를 선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창업자나 경영진을 보고 회사를 결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직장에 들어간 후에 어쩌다 보니 같은 팀원, 나의 상사로 의도하지 않은 관계가 형성되다 보니 소극적인 인간관계로 여겨지기가 쉽다.


하지만, 직장생활에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소극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인간관계로 전환시켜야 한다. 상당수 직장인들이 동료와 상사를 인연 3종 세트와 비슷한 관계로 인식하기 때문에 대인관계가 복잡해지고 힘들어지는 것이다. 같은 회사, 같은 팀이라는 이유 만으로 좋은 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적극적인 관계로 만들 수 있을까?

답은 조직 내에서 내편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것이다. 조직에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하고, 당신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친해져야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내편이 모여서 인맥이 되어 직장 내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유명 유튜버들과 파워블로거들이 '좋아요, 구독'을 부탁하는 이유도 내편을 만들기 위함이다. 고부갈등의 승패는 가운에 끼인 한 남자가 누구 편을 드느냐에 달렸다.


그저 같이 밥 먹고 자주 술 마시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그렇게 해서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또한 쉽게 잊힌다. 보다 적극적으로 남들과 비교해 차별화된 투자를 해야 유용한 내편이 만들어진다.


직장을 얻기 위해 학창 시절 부모님의 노후자금을 희생시키고 자신의 청춘을 쏟아부어 스펙을 만들었듯이, 직장에서 내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의 성장과 목적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에게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첫째는, 내가 먼저 베풀어야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금액의 크기와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관심과 정성이다.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가야 한다. 받고 나서 베풀면 그저 예의상 되갚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give & take에서 왜 give가 앞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곳간에서 인심 나오는 법이다.


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어쩌면 첫 번째 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투자일 수도 있다. 지식과 정보, 경험과 노하우, 노동력 등 무엇이든 가능하다. 성과를 내는 것은 기본이고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아직 신입 사원이라면 남들을 도울만한 재료가 제한적이겠지만, 상대를 잘 관찰하면 도움을 줄 만한 자신의 재능과 특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학창 시절 쌓은 스펙들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조금씩 연차가 쌓이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나중에는 직장 내 여러 부문 편이 포진되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도움이 되는 사람, 특히 자발적으로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을 오랫동안 붙잡아 두기 위해 자신도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려고 한다.



직장 내 인맥이라고 하면 먼저 줄서기와 사내 정치를 떠올릴 수 있는데,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무형의 자산이 될 수도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내편은 생존과 우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들이다.


지금의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학창 시절 얼마나 치열하게 스펙을 쌓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 노력의 반만이라도 직장 동료들에게 투자한다면 내편이 되어 줄 인맥을 만드는 데 성공할 것이다. 다만, 조급해하지 말고 인내하며 꾸준하게 내편을 관리해야 한다. 스펙 쌓기는 멈추었더라도 투자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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