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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 Aug 18. 2024

50대는 어떻게 황금세대가 되었는가

직장인 이야기


지금의 50대는 복세대라고 할 수 있다. 단군이래 이들 만큼 시대를 잘 타고난 세대도 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행운에만 의존하거나 행운이 가져다준 부산물에만 만족하며 사는 것은 아니다. 행운도 실력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들은 여전히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50대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에 해당된다.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하면 1964년부터 1974년까지이다. 인구수는 약 9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이들 50대가 자라던 시기는 마침 한국의 경제가 고도로 성장하던 시기였다. 한국 사회는 이 시기에 마침내 절대 빈곤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민초들의 삶이 극심한 곤궁에 처했던 시기는 크게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과 보릿고개, 그다음이 IMF 금융위기라고 할 수 있다. 황금세대라 불릴 만큼 시류를 잘 타고 난 이 세대 성인이 될 때까지  환란을 겪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다.


50대가 학창 시절을 보내던 당시에는 여전히 개천에서 용이 나오고 있었다. 가난한 집안의 자식이 명문대학을 나와 상류층에 진입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기술을 배우거나 장사를 통해서도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었다.   


50대가 사춘기를 지나 청년기를 보내던 무렵, 한국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었다. 민주화 바람과 함께 독재시대가 막을 내렸고, 사회 곳곳에 남아있던 구시대의 모순과 악습이 청산되고 있었다. 왜곡되고 은폐되었던 역사의 진실이 밝혀지고 용기 있는 양심이 돈과 힘으로만 움직이던 세상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들 세대는 이러한 변화를 온몸으로 겪으면서 흑백의 시대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있었다.


황금세대라 불리어도 좋을 이들 50대의 행운은 계속되었다.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던 시기는 80년대 말에서 IMF 직전까지이다. 이 시기 기업들은 매년 앞다투어 대량의 직원들을 신규로 채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IMF가 터지자 허약한 한국 경제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감원과 해고가 이어졌다. 다행스러운 점은  시기 황금세대의 나이가 감원 명단에 오를 만큼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실업자가 된 경우에도 얼마 뒤 다시 찾아온 회복기에 환영을 받았다. 이들은 재취업하기에 딱 좋은 나이대인 데다가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경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에도 금융위기와 부동산의 급등락, 팬데믹 등과 같은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크고 작은 위기가 더 찾아왔다. 하지만, 황금세대는 이러한 위기를 겪을 때마다 특유의 근성과 뚝심을 발휘하며 역경을 헤쳐 나갔다. 다행히도 터널을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국가 경제와 개인 소득 그래프는 한 단계 더 우상향 하고 있었다.


황금세대의 자산 포트폴리오 중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항목은 단연 연금이다. 이들은 역사상 노후준비가 가장 잘 되어 있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직전 국민(고령) 연금이 개시되었고, 사회 전반에 노후준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그로부터 3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들이 퇴직 시점까지 납부하게 될 국민연금은 롤게임으로 치자면 만렙(최고 레벨)에 해당된다. 여기에다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까지 떡하니 받쳐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차하면 주택연금(역모기지론)까지 추가할 수 있다. 50대의 자가주택 소유비율을 60대만큼은 아니지만 꽤 높은 편이다. 인구수를 기준으로 하면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숫자이다.  


황금세대에겐 또 하나의 무기가 있다. 바로 세상의 변화를 간파하고 자각하는 능력다. 이들은 부모님과 선배 세대의 사례들을 벤치마킹하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달았다. 노후준비는 미리미리해야 하는구나, 퇴직 후에 사업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겠구나, 자식들에게 올인해서도 안되고 많이 물려줄 필요도 없구나, 귀농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구나. 불필요한 인간관계는 빨리 정리하는 게 답이구나. 앞선 세대가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은 비싼 수업료를 아낄 수 있었다.


물론, 50대가 외부환경의 도움과 행운 만으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몸부림치고 발버둥 치며 살아남았다. 무시와 차별을 견뎌야 했고, 모순과 불합리에 맞서야 했다. 때로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무릎이 꺾이는 절망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도 터널 어느 한 구간을 힘겹게 통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 불구하고 50대는 여전히 모든 세대들이 부러워하는 황금세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70대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언제로 다시 돌아가고 싶냐고. 50대라고 대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의외의 결과였다. 20대, 30대도 아닌 왜 하필 50대인가? 경제적 안정과 원숙함을 그 이유로 꼽았다고 한다.


"여보, 어쩌면 지금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일지도 몰라" 얼마 전 내가 아내에게 했던 말이다. 이제 막 50에 접어든 아내는 알듯 말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큰 수입은 아니지만 우리 부부는 맞벌이를 하고 있다. 언젠가 두 사람 모두 은퇴를 하게 되면 지금의 벌이를 몹시 그리워할 것이다. 50대의 원숙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다툴만한 조짐이 보이면 서로 적당히 피할 줄도 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남은 인생에서 오늘이 가장 젊고 건강한 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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