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이야기, 멈추지 않은 웃음
오늘 나의 컨셉은 하얀 과 검정의 조화였다. 정해진 시간보다 항상 10분 이상 빨리 도착하는 두 동생들의 특성을 감안하여 15분 일찍 집을 나섰다. 룰루랄라.
발걸음이 이리도 가벼웠나. 마치 춤을 추듯 주차장을 향해 가는데 핸드폰 소리가 새소리에 화음을 넣는다.
"언니 우리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어."
역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다. 미리 와서 기다릴 거라는.
미플러스 포의 약속 시간은 오전 7시 20분이었다. 그것은 서로 정해 놓은 시간일 뿐, 모든 준비는 7시 전에 끝나 있었다. 집을 나서기 전 현관 앞 전신거울을 보면서 드레스코드를 다시 한번 살폈다.
테두리에 줄무늬가 들어간 검은색 모자, 치마에만 검은색 기하학무늬가 있는 하얀 원피스, 검은색에 하얀 꽃무늬가 들어간 손가방, 검은색에 하얀 땡땡이가 박힌 양산. 오늘 나의 컨셉은 ‘흑백의 조화’였다.
차 앞 좌석 문이 스르르 열리며 “어서 와”라는 말과 함께 두 동생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그 얼굴만 보아도 마음이 밝아진다. 늘 궁금하다. 도대체 어떤 인연으로 나에게 이토록 정겹게 왔을까?
옷을 보니 공지한 대로 원피스와 치마다. 서로 이쁘다며 한차례 폭풍 수다가 이어지는 사이 차는 큰언니 집에 도착해 있다. 언니까지 타자 미플러스포가 완성이 된다.
늘 우리가 이동하는 중간중간에 먹을 것을 준비해 오는 언니가 닭근위튀김을, 나는 딸이 전주여행 가서 사 온 초코파이를 먹으며 웃고 떠드는 우리의 모습은 딱 십 대 소녀들 같다.
우리의 대화에는 어떤 주제도 일관성도 없다. 정치 이야기에 빠져 있다 어느 순간 듣다 보면 직장 생활 이야기로 넘어가 있고, 뜬금없이 남편과 아이들 이야기가 튀어나오는. 그래도 우리는 그 모든 이야기들을 서로 알아듣는다. 맥락 없는 대화에도 웃고, 때로는 흥분하며 "그래, 그래, 맞아, 맞아"를 하다 보면 휴게소에 도착해 있다.
휴게소는 우리에게 작은 의식의 장소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우리는 반드시 들러야 한다. 굳이 말하자면 ‘화장실’을 위해서. 비워야 채울 수 있으니까.
휴게소 목적지는 분명 화장실이었다. 그러나 인생이 늘 계획대로 되던가. 입구에 떡하니 원피스 가게가 있었다. 그것도 오늘의 컨셉인 원피스가 매대에 걸려 있었다. 그냥 지나치면 예의가 아닌 듯했다.
마침 큰언니에게 꼭 맞는 원피스가 있었다. 세 동생의 입에 발동이 걸렸다.
“언니, 너무 예뻐요.”
“늘씬해 보여요.”
“천도 시원해 보여요.”
“사요, 사요. 지금 안 사면 못 사요.”
결국 큰언니는 그 자리에서 옷을 사고, 바로 갈아입었다. 우리 네 명의 여행은 그렇게 또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를 얻게 되었다.
재미와 즐거움을 만들어 가며 사는 삶, 그것이 미플러스 포가 추구하는 행복이다. 오십 대와 육십 대의 여행은 소소한 해프닝과 웃음으로 채워지고, 그 모든 순간이 다시 삶의 빛깔이 된다.
인생은 별거 없다.
비극도 희극도 아닌, 그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깨달음 한 줄>
"우리는 깨닫는다. 행복은 기다림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며 빚어내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