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짧은 쉼표

여전히 꿈꾸는 소녀들이었다.

by 담서제미


"진정한 치유는 보랏빛처럼 조용하고도 은은하게 스며드는 것이다."

- 루이즈 헤이


눈앞에 펼쳐진 보랏빛의 향연, 그 앞에서 우리는 순간, 말을 잃었다. 보랏빛을 찾아 떠난 여행


보라색은 불타듯이 타오르던 붉은색이 사라진 찰나에 꿈처럼 찾아오는 해 질 녘 그 순간의 색이었다.


때로는 상상력의 바다처럼, 때로는 깊은 호수처럼 종잡을 수 없는 색이기도 했다. 붉지도 푸르지도 못하고 깊게 빛나는 어른이 된 소녀의 마음 같은 색. 그 보랏빛에는 여전히 꿈꾸는 이의 영혼이 머물러 있는 듯한 신비로움이 있었다.


지리산 허브밸리에 펼쳐진 보랏빛 라벤더 앞에서 우리는 동시에 환호했다. 보랏빛 물결을 따라 걷는 길, 보랏빛 라벤더는 색으로 향으로 다가왔다. 들숨마다 생기가 살아나고 날숨마다 쌓였던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렸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우리가 내딛는 모든 발걸음을 치유해 주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만져 봐, 향기가 나"


손가락을 펴 손바닥 안에 향기를 가득 담았다. 코로 가져다 그 향기를 깊이 마시며 우리는 또 웃었다. 쉰을 넘고 예순을 살고 있는 우리는 여전히 '소녀'처럼 웃고 떠들었다. 지리산이 배경이 된 오전은 우리가 살아온 날들을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보랏빛 라벤더와 교감을 나눈 후 우리는 '지리산나물밥'이라는 마을 식당으로 향했다. 골목골목을 지나 들어간 곳. 상 위에 펼쳐진 봄나물은 접시 하나에 작은 숲과 텃밭이 있었다.


산과 밭에서 채취한 나물과 야채가 고스란히 상위에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였다. 소박하지만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는 밥상.


무엇이든 진리는 단순함 속에 있었다. 휘황찬란한 음식보다 나물 하나가 더 큰 진리를 품고 있는지도.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밥상이야말로 보랏빛 라벤더와 함께 마음을 치유하는 첫걸음이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진 미플러스 포의 온기와 웃음, 이야기까지 더해지니 건강을 통째로 선물 받은 듯한 충만함이 느껴졌다.


지리산나물밥으로 든든히 배를 채운 뒤,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황룡강으로 향했다.


"장성이 아니고 광주 광산구로 나온 곳이 맞아요."


"황룡강 생태공원이 아니라 황룡강 생태정원이라고 쳐야 제대로 나와요."

황룡강생태정원 버들마편초

황룡강 생태정원 차 문을 열며, '어디에 꽃이 있다는 거지, ' 두리번거리다 발견한 보랏빛 물결.


지리산허브랠리에서 마주한 보라는 그저 서곡일 뿐이었다. 길게 뻗은 강변을 따라 수천 송이 버들마편초가 출렁이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보라가 하늘에서 내려온 듯,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그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자체로 신비로웠다. 보랏빛 들판과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에 걸린 풍경에서 울려 퍼지는 풍경소리는 마치 딴 세상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소리 없는 위로가 꽃잎처럼 피어났다. 버들마편초는 내게 속삭였다.


"모든 순간이 아름다움으로 피어난다고"


그것은 지나온 날들을 덮어주는 이불이었다. 포근하고, 아늑하면서도, 따뜻한


보라는 색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억이자 위로이자 고귀함이었다. 서로 사진을 찍으며 소녀처럼 웃고 때로는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우리는 조용히 버들마편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사잇길을 걸었다. 바람에 버들마편초가 흔들릴 때마다 나무에 걸린 풍경이 노래를 불렀다. 말없이 걷고, 바라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풍성한 시간이었다.


"우리 여기 안 왔으면 어쩔 뻔했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못 볼 뻔했잖아."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알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깨닫게 된 여행. 그 명언을 증명해 준 하루였다.


지리산허브랠리의 라벤더 향기와 황룡강의 버들마편초 보랏빛이 마음 깊이 스며든 날.


우리는 보라색 들판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무언의 위로가 향기와 바람을 타고 전해졌다.


미플러스포 네 명의 여자들은 그렇게, 삶의 짧은 쉼표 하나를 또 하나 아름답게 찍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음 여행을 이야기하는 우리는 여전히 꿈꾸는 소녀들이었다.


<깨달음 한 줄>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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