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쉼이다

마음이 흘러가는 방향이다.

by 담서제미

일이든, 사랑이든, 여행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과하면 반드시 탈이 난다. 욕심도 과하면 넘치고, 권력욕도 과하면 돌이킬 수 없는 수 없는 화가 된다.


비도 적당히 내리면 단비가 되지만 넘치면 홍수가 된다. 이 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다. 적절하게 안배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삶, 그것이야말로 미플러스 포가 추구하는 삶이기도 하다. 여행은 목적지를 정해 떠나는 것만이 아니다.


적당한 때 잘 쉬어주는 쉼, 또한 가장 고도의 여행이다. 오늘은 떠나는 대신 쉼이라는 여행을 택했다. 지난주 몸살이 나 회복이 덜 된 우리 보배 막내, 손가락 수술 후 회복 중인 나, 거기에 비 예보까지 있어 "이번 주는 건강회복주"로 정했다.


새벽에 일어나니 무언가 건너뛴 듯, 허전했다. 정해진 날이면 어김없이 떠날 준비를 하던 들뜬 마음이 사라진 자리에 공허가 찾아왔다.


그것도 잠시 '여행은 꼭 떠나야만 하는 것이 아니잖아. 이렇게 가만히 앉아 새벽을 느끼는 것도,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여행이잖아' 거실 폴딩도어를 활짝 열었다. 하늘에 먹구름이 떼를 지어 지어 몰려왔다. 나는 그 위에 쉼을 올려놓았다.


쉼은 멈춤이 아니다. 조용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어쩌면 가장 용기 있는 전진이다.


미플러스포가 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이면 그 전날부터 우리는 설렌다. 떠날 곳을 검색하고, 꽃소식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세상을 넓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어디에도 가지 않기로 했다. 길 위에서 느끼는 설렘과 환호 대신 내 안의 고요와 마주하기로 했다.


미셸 드 몽테뉴는 '쉬는 것은 멈춤이 아니라, 다음 걸음을 위한 숨 고르기다'라고 했다.


쉼은 가장 조용하고 고요한 여행이다. 내비게이션도 필요 없고, 이동 수단도 필요 없는 오직 자기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커피를 진하게 내려 비를 머금은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의 습기를 덜어내는 시간. 목적 없이 '지금 여기'에 온전히 맡기는 순간이다.


"막내가 회복이 덜돼서 온전한 휴가 필요"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 무리하지 말자. 충분한 휴식을"


미플러스포의 총무인 셋째가 우리에게 쉼을 처방했다. 그 말속에는 애정이 들어 있다. 우리가 서로에게 따뜻한 건, '함께' 라는 데 있다. 쉬는 것도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때 여행이 된다.


오른손을 쓸 수 없어 왼손으로 책장을 넘기고 글을 쓰는데도 시간이 서너 배는 더 걸린다.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어느 순간 그 느림이 문장 안에 더 머물게 한다.


무리하지 말자라면서도 무리하게 달리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쉼이 없었다면 알지 못했을 진실을.


진짜 여행은 어디에 있든 새로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오늘 미플러스포는 각자 자리에서 쉼의 여행을 떠난다. 막내는 모처럼 온전한 쉼을, 나는 내 놀이터에서, 언니와 셋째는 아마 꽃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잘 쉬는 법을 함께 배우는 중이다.


길 위의 여행도 행복하지만, 가끔은 멈춤도 필요하다. 그것은 더 깊은 자기 안으로 여행이 된다. 그 여백, 그 자리에 조용히 둥지를 튼 건 작은 숨결과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이다.


여행은 마음이 흘러가는 방향이다. 쉼이 있는 그곳에 우리는 충분히 닿아 있다.


쉼은 회복이다. 여행은 발이 걷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걷는 것이다.


몸이 회복되어 새로 사놓은 원피스를 입고 살랑거리며 또다시 길 위에 설 여행을 기다리는 그 마음도 이미 여행이다.


<깨달음 한 줄>

여행은 마음이 흘러가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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