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우주발사대 7층에서 바라본 세상
고흥 우주발사대 전망대 가는 길. 주차장에 내려서자 바람이 먼저 나를 맞았다. 그 바람에는 바다의 짠 내음과 푸른 땅의 숨결이 뒤섞여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 카페에서 내렸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하나의 거대한 우주였다. 하늘은 유리잔처럼 투명했다. 구름은 천천히 밀려오며 바다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아래로 이어진 땅과 마린 블루 바다는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경계가 허물어진 듯한 그곳 바다 가운데 초록을 머금은 섬이 떠 있었다.
앉아 있으면 1시간에 한 바퀴 의자밑 회전판이 360도 회전을 했다. 가만히 앉아 통유리 밖으로 눈을 고정시키고 있으면 풍경이 변했다.
그곳에서 바라본 세상은 마치 또 다른 행성 같았다. 하늘과 바다와 땅이 한 줄기로 이어져 있었고, 인간의 언어가 닿지 않는 고요가 있었다.
의자에 앉아 바다와 땅, 섬과 하늘을 바라보았다. 로켓이 솟아오를 그 하늘과 땅에 무한한 가능성과 인간의 꿈이 교차하고 있었다. 인간이 만든 문명과 자연이 맞닿는 경계, 그 위에 내가 앉아 있었다.
멀리 남열해수욕장이 보였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은 유려했다. 길 양옆으로 병풍림이 늘어서 있었고, 바람은 흰 파도처럼 밀려왔다. 가까워질수록 파도소리가 선명해졌다.
처음엔 낮은 숨소리 같았고, 이내 거친 호흡으로 변했다. 바다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소리였다. 흰 포말이 밀려와 모래 위를 스치고, 이내 사라졌다. 사라짐은 곧 시작이었다. 물결은 쉬지 않고 반복되었다. 그 규칙적이면서도 자유로운 리듬은 마치 삶의 호흡 같았다.
나는 해변 가까이 다가가 신발을 벗었다. 차가운 모래가 발바닥을 간질였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뜨렸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아이들처럼 '까아악' 소리를 질렀다. 큰 파도가 '와아'하니 달려와 내 발등을 적셨다. 파도를 피해 달아나는 나와 달리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물러갔다.
그 짧은 순간,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시작과 끝이 이와 같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 힘을 다해 밀려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그건 어쩌면 살아가는 삶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미플러스 포 네 여자는 남열해수욕장 모래밭에서 한참을 놀았다. 발끝에 닿는 파도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서로 닮아 있었다. 바다는 잠시도 같은 모습이 아니었지만, 언제나 바다였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문득 나는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했다. 고흥의 하늘 아래에서, 바다의 리듬 속에서, 나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 작음이 곧 우주의 일부라는 사실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멀리서 발사대의 구조물이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그 빛은 마치 인간의 꿈처럼 찰나에 스치고 사라졌지만, 한 점의 희망을 남겼다. 우주는 머나먼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순간 내 안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열해수욕장의 파도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하지만 귀를 기울이면 여전히 들렸다. 그것은 철썩이는 물결이 아니라, 세상 모든 생명의 심장소리 같았다. 하늘, 바다, 땅, 나.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파도가 밀려와 모래를 적시듯, 삶도 그렇게 우리를 적시고 지나간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삶은 머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밀려오고 물러가는 파도라는 것을.
<깨달음 한 줄>
파도가 부서지는 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쉼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