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머문 계절의 끝

네 여자의 마지막 여행, 그리고 조용한 위로

by 담서제미

미플러스 포, 네 여자의 2025년 마지막을 장식하는 길 위에는 조용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는 성급하지 않았다. 마치 우리가 걸어온 한 해를 천천히 되돌아보게 하려는 듯, 차창을 타고 흐르며 시간을 부드럽게 적셨다.


여수에 도착했을 때, 바다는 잿빛과 푸름 사이 어딘가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듯했다. 그 위로 비의 숨결이 잔잔한 파문을 남기고 있었다.


점심으로 먹은 게장백반은 남도의 시간을 담은 한 상이었다. 짭조름하면서도 달달한 그 깊은 맛은, 우리의 인생처럼 한 가지 감정이 아니라 수많은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맛이었다.


젓가락을 들 때마다 우리는 감탄했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올해도 잘 버텨냈구나."

"그래도 여기까지 왔구나."


식당 주인이 소개해준 카페로 향하는 길은 가팔랐다. 차가 천천히 산길을 오르는 동안, 우리는 그동안의 여행들을 떠올렸다.


꽃길도 있었고, 바람 길도 있었으며, 때로는 눈물로 젖은 길도 있었다. 변산의 바람, 지리산의 풀 향기, 황룡강의 물결, 함께 걷던 수많은 길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모든 순간에 언제나 넷이 있었고, 서로의 그림자를 밟으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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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는 그 카페는 마치 이 순간을 위해 오래전부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앞에는 바다가, 뒤에는 산이, 그 가운데에는 우리 넷이 앉아 있었다.


세상과 살짝 떨어진 채, 우리만을 위한 섬에 들어온 듯한 고요함. 카페 안에는 주인과 우리뿐. 그 적막은 어색함이 아니라 깊은 안식이었다. 비가 머물다 간 창밖을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도 충분히 충만한 시간.


우리는 찻잔을 꼭 쥔 채, 각자의 한 해를 마음속으로 정리했다. 누구는 견뎌낸 날들을, 누구는 놓아버린 관계를, 누구는 새로 시작한 용기를 떠올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말로 꺼내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리는 이미 서로의 표정과 숨결로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 말보다 깊은 이해, 그것이 우리가 함께 걸어온 시간의 증거였다.


비가 그친 바다는 묵묵히 세월을 받아내며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우리도 이 바다처럼, 수많은 시간을 지나며 더욱 깊어졌구나. 상처와 흔들림, 웃음과 눈물이 모두 우리를 지금의 색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올해의 마지막 여행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완벽했다. 그 어떤 삶도 이보다 더 축복일 수 없으며, 이미 충분히 잘 살아냈음을 조용히 인정할 수 있었던 순간. 그것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것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올 한 해 여행이 끝나면 또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겠지만, 오늘의 이 풍경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우리를 지켜주리라. 앞에 바다가 있고, 뒤에 산이 있으며, 그 가운데에 우리가 있었던 이 날은, 오래도록 서로의 안식처로 남을 것이다.


카페를 나온 우리는 올해 대미를 장식하기 위한 마지막 풍경 속으로 향했다. 그것은 우리를 위한 크리스마스 축제였다.(마지막 편 이어서)


<깨달음 한 줄>
함께여서 버틸 수 있었고, 함께여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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