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춤을

빛으로 엮은 겨울이 시작되고 있었다.

by 담서제미

어린아이처럼 하얗고 분홍빛으로 물든 크리스마스트리 사이로 우리는 껑충껑충 뛰었다. 발끝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전구의 빛이 우리를 반기듯 반짝거렸다.


그 반짝임은 마치 우리 마음의 떨림을 따라 춤추는 듯했다. 소복이 쌓인 눈을 닮은 하얀 장식과 꽃잎처럼 포근한 분홍빛 장식들이 한데 어우러져,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동화 속 겨울정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나이를 잊었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살았다.


"우와, 여기도 이뻐."

"동화 속 나라야."

"올 크리스마스는 여기서 미리 보내네."

"여기야, 여기. 여기서 찍어줘."

장식된 크리스마스나무 사이를 오가며 우리는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가 되었다.

해가 있는 것과 해가 넘어갈 무렵 윈터빌리지의 풍경은 전혀 달랐다. 저녁노을이 천천히 하늘을 적실 때, 윈터빌리지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낮과 밤의 경계에서 붉은빛, 보랏빛, 금빛이 서로를 스쳐 지나가며 바다 위로 번져나갔다.


그 빛이 유리창과 트리 장식, 우리의 눈동자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하늘은 마치 거대한 화폭이 되어 부드러운 붓질로 색을 덧입혔다. 그 위에 반짝이는 조명들이 별처럼 흩뿌려졌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현실이 아니라 한 편의 영화, 아니면 오래전 꿈속에서만 떠다니던 장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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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살결을 스쳤지만, 이상하게도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바람은 우리를 더 또렷하게 깨우는 숨결처럼 느껴졌다. 반짝이는 빛과 어우러져 마음 한가운데 따스한 불을 지폈다. 추위조차도 포근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풍경소리가 바람에 실려 은은하게 퍼졌다. 종소리처럼 맑은 음색이 공중을 떠다녔다. 그 음악은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만들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때로는 장난스럽게 길을 따라 걸었다.


"여기요. 여기 서 봐요."

"자, 찍을게요."

서로의 이름을 불렀고, 그 순간마다 시간은 잠시 멈춘 듯했다. 지나온 한 해의 무게와 피로, 말로 다 하지 못했던 수많은 감정들이 그 빛과 소리 속에서 천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각자의 삶에는 다 다른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그날만큼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웃고, 바라보고, 느끼며 우리는 같은 장면 속에 서 있었다.


그 동화 같은 공간 속에서 우리는 다시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졌다. 세상의 복잡함 대신 반짝이는 순간 하나에 온 마음을 내 맡겼다.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잊고 지냈던 나 자신을 되찾는 의식에 더 가까웠다.


트리 아래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이토록 황홀해하는 이유는, 단지 빛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그것은 빛보다 더 빛나는 마음들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기 때문이며, 지나온 시간을 잘 견디어낸 서로의 존재가 가장 큰 선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찬란한 불빛 아래에서 우리는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순간은 오래도록 각자의 마음속에서 꺼지지 않는 작은 등불로 남을 것이라는 것을. 어느 날, 또 다른 겨울이 찾아와 마음이 시려올 때, 우리는 오늘의 이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비로소 문득 깨달았다.


우리를 동화 속으로 이끈 것은 빛이 아니라, 함께였다는 사실이었다.


마음껏 웃고, 마음껏 수다를 떨었던 2025년 미플러스 포 네 여자의 여행은 끝이 났다. 우리는 매 순간 살아있었고, 매 순간 행복했다.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때로는 소녀처럼, 때로는 세월의 뒤안길을 사색하는 사람처럼, 그 길 위에 우리는 함께 있었다. 모든 순간이 이제는 추억이 되었고, 그 추억은 기록으로 남았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 길을 걸어가리라.

살아 있는 동안,

숨 쉬는 동안,

걸을 수 있는 동안,

가슴이 뛰는 동안

고요히, 맹렬하게.


<깨달음 한 줄>

행복은 눈부신 풍경이 아니라, 그 풍경을 함께 바라보는 사람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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