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 하고 살기에도 인생 길지 않아
퇴직하기 전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다.
퇴직 후 들었던 말 들 중 대표적인 것들이다.
"일하기 싫은 이유가 뭐예요"라고 물으면 내 대답은 한결같다.
"그동안에는 먹고살기 위해 하기 싫은 것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내 인생을 살고 싶어서요. "라고.
100세 인생이니 적어도 앞으로 40년을 보내야 하는데 일할 수 있을 때 일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말들도 한다.
100세까지 사는 동안 다리가 성성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날들이 얼마나 될 것이며, 가고 싶은 곳을 내 손으로 운전을 해서 갈 수 있는 세월이 과연 몇 년이나 될까? 지금도 운전하기가 쉽지 않은 데 말이다.
은퇴 후 최소생활비, 적정 생활비, 실제 마련 가능 금액을 조목조목 정리해 놓은 글들도 보았다. 최소 생활비는 월 215만 원, 적정 생활비는 369만 원, 실제마련 가능 금액은 월 212만 원이라고.
무슨 근거로 이렇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국민연금연구원에서는 준고령자 매달 적정 노후생활비로 부부기준 평균 268만 원, 개인기준 평균 165만 원이라고 발표한 것도 보았다.
이건 그냥 수치일 뿐이다. 많이 쓴 사람은 부족할 것이고 적게 쓴 사람은 이것도 넉넉할 것이다. 쓰기 나름이다.
아이들이 장성해서 각기 제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부부만 살면 된다. 수요일 해금, 목요일 캘리그래피, 금요일 영어회화. 일주일에 세 번씩 배우는 취미생활도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국악원은 세 달에 5만 원, 문화원은 처음만 세 달에 5만 원이고 그 외 달에는 한 달에 1만 원이다. 퇴직 후 주위를 살펴보니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강좌들이 널려 있었다.
의지만 있으면 비싼 돈 들이지 않아도 얼마든 지 풍족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들이 갖춰져 있더라. 문화센터, 행정복지센터, 도서관, 국악원, 문화원 등등.
"지금까지 살아온 동안 언제가 가장 행복하세요"라고 물으면, 단 1초도 망설임 없이
"지금이요. 60대인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라고 답을 한다.
내 시간에 주인이 되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는 최고로 빛나는 날들이다.
떠나고 싶으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떠날 수 있고, 산속 의자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볼 수 있으며, 글이 쓰고 싶으면 쓰고,
해금을 연주하고 싶으면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그리면서 유유자적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이.
이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즐길 수 있는
찬란한 인생의 시작 60대, 매 순간 눈이 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