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세상에 오직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하는 것이다.
현빈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 '역린'에 나온 대사다.
주말 내내 이 대사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대청소를 하는 중에도 음식을 만드는 중에도 꽃구경을 하면서도 이 대사를 생각하고 있었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그 대사 안에는 인생의 진리가 들어 있었다. 60 평생 살아오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에 대한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답이 이 안에 다 들어 있었다.
중용 23장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이해서 현빈의 대사로 나온 이 구절은 나에게는 몇 날 며칠을 푹 고아서 만든 사골 같았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변하고 세상을 변하게 한다"는 이 말속에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들어 있었다. 마치 인생의 작은 순간들이 모여 큰 의미를 이루듯 그 순간마다 마음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깨우쳐주고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가을꽃구경을 간 그곳에서도 나는 이 구절을 되새기고 있었다. 충의공원 산 자락을 온통 노랗고 빨갛게 수놓은 백일홍과 코스모스에도 현빈의 대사가 들어 있었다. 가을 짧은 한 때, 금세 사라질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백일홍과 노란 코스모스는 잎사귀 하나, 꽃 한 송이에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은 결과가 아니라 인고의 세월과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한 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꽃으로 피어날 순간을 위해 한 여름 뙤약볕을 견디며 성실히 살아낸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올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 인생도 크고 화려한 순간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소한 하루하루가 쌓여 우리를 만들어간다.
중용 23장은 인생을 살아가며 느끼는 불안과 의문에 대한 따스한 해답일지도 몰랐다. "내가 지금 이 길을 잘 가고 있는 것일까" "이 작은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 구절을 떠올리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듯싶다.
지금은 당장 큰 의미가 없어 보일지라도, 그 작은 정성과 진심이 쌓여서 결국 내 삶을 하나의 온전한 이야기로 완성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니 말이다.
직장생활을 할 때,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찾아오면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던졌던 질문이 있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으세요"라는.
그들에게 들었던 답변 중 지금까지 강력하게 뇌리에 박혀 있는 말들 중 하나가, "사는 동안 돈 버는 거, 승진하는 거,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살아왔는데 퇴직해서 보니 가장 놓치고 살았던 것이 일상의 행복이었어요"라는 말이었다.
우리는 대부분 크고 거창한 목표만을 바라보고 살아간다. 하지만 사실은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 속의 작은 일들이야말로 진정한 내 모습을 만든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고 사소한 일들에도 마음을 다해 살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내 인생을 빛나게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오늘도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려 한다. 일상 속의 작은 순간들은 내가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일에서부터, 누군가에게 건네는 따뜻한 미소, 스쳐 지나가는 인연 하나까지, 삶의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면 그 순간들은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촉매제가 되리라.
큰 성공이나 눈에 띄는 성취는 한 번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 바탕에는 매일매일 적금들 듯이 쌓아가는 사소한 노력들이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다. 작고 부드러운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일상 속 작은 정성이 모여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젊어서는 큰 성공이나 화려한 성취가 눈에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삶의 진정한 가치는 오히려 일상 속 작은 순간에서 비롯된다는 걸 안다. 하루하루가 그저 지나가는 시간이 아니라, 매 순간이 소중하고 귀하다. 그것이 거창한 것도 큰 목표도 아니다. 가족과의 시간, 좋은 사람들과 만남, 나 자신과 보내는 그 모든 것들이 의미 있는 '작은 일'들이다.
지금 당장 큰 성취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에 마음을 다하는 것 자체가 소중하다. 커피 한잔의 여유, 산책길에서 만나는 꽃들과 새들의 노랫소리, 정성을 다해 준비하는 한 끼 식사까지. 이 모든 것들이 모여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인생 세 번째 스무 살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중용 23장은 속삭인다. "지금 당신 앞에 있는 모든 순간에 최선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당신 삶의 나침반이다"라고.
세 번째 스무 살에 다시 만난, 영화 '역린' 속 대사를 나침반 삼아 매 순간 정성을 다해 살아보리다.
지극히 정성을 다한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한다면, 인생 후반전을 걸어도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