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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emi Apr 24. 2023

에바 알머슨에게 경의를 표하며

7일 동안 에바 알머슨 오마주 하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 에바 알머슨.

 나 또한 우리나라 해녀 이야기 그림책에 그린 그녀의 그림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그 후 몇 년 전 예술의 전당에서 그녀의 전시회에 가서 그녀의 그림을 직접 보게 되었고 그 후부터 그녀의 팬이 되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폰아트월드라는 곳에서는 매달 오마주수업이 열리는데, 이번 4월 오마주가 에바 알머슨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신청했다. 사실 다른 오마주 수업은 참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림책 작업하느라 바빴던 것도 있고 오마주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번 에바 알머스 오마주는 1초의 고민 없이 신청했다. 왜냐하면 내가 꿈꾸는 작가 중 한 명이기 때문에 그녀에게 존경을 표하며 그녀의 그림을 나만의 해석으로 그려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에바 알머슨이 처음 미술에 흥미를 느낀 건 10살 때였다고 한다. 미술시간 미술 선생님이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종이와 같은 비어있는 것에
그림을 그리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너만의 새로운 우주를 창조할 수 있어.
주변에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너만의 새로운 우주를 마음껏 창조해 봐.

 소심했던 에바 알머슨은 자심의 감정을 잘 표출하지 못했는데, 미술 선생님의 말을 듣고 말이 아닌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평생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 또한 내 감정을 잘 표출하지 못하기에, 그림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나의 감정 나의 생각을 담아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표정은 늘 미소 짓고 있는 얼굴인 이유는 인물의 표정보다는 그 주변을 더 잘 살피게 하는 작가의 의도라고 한다. 어쩌면 자신의 주변을 조금 더 관심 있게 들여다보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의 꽃을 피우다

 첫째 날은 에바 알머슨의 그림에 자주 나오는 꽃이 들어간 그녀의 그림으로 오마주를 했다. 그녀는 꽃이 우리의 인생과 닮아 있다고 하면서 꽃을 피우면 나만의 색깔로 주변을 물들인다고 했다. 나는 어떤 꽃을 피워서 어떤 향기를 내고 싶은지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빈 캔버스를 마주하고 연필을 손에 쥐었을 때 나의 머릿속에는 씨앗이 자라 꽃을 피우고 나의 생각과 감정이 피어나며 이를 표현할 때 행복을 느낀다. 마치 캔버스를 마주했을 때의 나의 기분을 표현해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나를 표현하는 시간이다.


상상을 통해 자유를 이루다

 에바 알머슨의 그림에는 나비도 자주 등장한다. 애벌레에서 번데기, 그리고 나비로 변화는 과정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변화를 우리 인간들도 받아들여야 하고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였을 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오랫동안 나비가 되려고 준비해 왔다. 물론 아직 과정 중에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두 날개를 쫙 펼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가고 싶다. 나의 상상을 더 펼칠 수 있는 그 세상으로 말이다.


나에게 오는 영감

 파랑새는 보통 희망으로 알려져 있는데, 영감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에도 파랑새가 자주 보인다. 살포시 내려앉은 파랑새, 또는 파랑새가 머리에 앉은 그림 등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나에게도 가끔 파랑새가 온다. 나의 파랑새는 시도 때도 없이 내가 바쁠 때 찾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옆에 있는 아이패드나 빈 공책에 메모를 하기도 한다. 파랑새가 나에게 머물렀을 때, 나는 영감을 얻어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또다시 훨훨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게 놔준다. 다음에 또 와, 이렇게 말하고 말이다.



나는 강한 사람이다

 에바 알머슨의 그림 중 권투장갑은 두려움을 당당히 맞서 나가는 자세를 표현했다고 한다. 권투장갑을 갖고 있기에는 야리야리한 그녀의 그림이지만, 살짝 미소 지은 주인공의 얼굴을 보며 왠지 모른 강인함이 느껴진다.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나으면서 강인해졌다. 물론 여전히 깜깜한 것을 무서워하고 조금만 슬퍼도 펑펑 우는 엄마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을 위해 싸워야 할 때, 그 어느 때보다 나는 강해진다. 그렇게 엄마가 되면서 강해지나 보다.


나와 나의 실타래

 실타래, 뜨개질, 붉은 실은 에바 알머슨에게 삶을 엮어나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주변 사람과의 관계, 나를 둘러싼 사건들이 모두 실타래처럼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한다.

 나는 과거의 나, 지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가 모두 하나로 엮어 있음을 느낀다. 과거의 내가 했던 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하는 일들, 몰입하고 있는 일들, 하고자 하는 꿈들이 분명 미래의 나를 만들 것이다. 지금은 여러 일을 하고 있지만 아마도 먼 미래에는 이것들이 모두 나에게 큰 의미로 올 것이라 믿는다.



네가 나에게 주는 마음

 문자를 활용한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다. 글자도 하나의 그림처럼 춤을 추는 것 같다.

 이번에는 딸에게 글자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아이들의 삐뚤삐뚤한 글자를 좋아한다. 작은 고사리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쓰는 딸의 모습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삶의 이유, 가족

 에바 알머슨은 가족 그림도 많이 그렸다. 그런데 사실 초기에는 가족 그림을 많이 안 그렸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얻은 후, 일반인들과 갤러리에서 가족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이 많이 와서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기하다. 그녀의 가족 그림들을 보면 서로 어깨 동무하고 바라보고 있는, 뭔가 가족 울타리 안에서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나는 우리 가족의 가장 따뜻한 시간, 가족 하브루타 시간을 그려 보았다. 매주 일요일 저녁 우리는 다 같이 가족 하브루타 시간을 갖는다. 돌아가면서 리더가 되어, 하고 싶은 주제를 정해 질문을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 시간을 통해 몰랐던 아이들의 생각, 남편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다. 나 또한 평소에 하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를 한다.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더 이해하고 공감해 주고 응원해 주는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렇게 7일 동안 에바 알머슨의 그림을 오마주 하며 나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이렇게 7일 동안 그리고 나니 조금 분명해졌다. 나는 세상에 따듯함을 전하는, 그리고 누군가에게 꿈의 씨앗을 전할 수 있는 꿈그림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그녀의 그림을 보고 행복했듯, 누군가 나의 그림을 보고 '아, 아직은 세상이 살 만하네.' '나도 혼자가 아니네.' '나도 개미작가처럼 꿈을 꾸면 이룰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7일 동안 에바 알머슨과 함께 그림여행을 떠난 것처럼 너무 행복했고 그 여행을 함께 해준 그림친구들이 있어서 더 든든했다.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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